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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월 7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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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특선 만화와 영화, 신년 특집 드라마, 신년 특별기획, 신년 특집 대담…. 심지어 ‘특집 KBS 9시 뉴스’처럼 정규 프로그램에도 ‘특집’을 붙였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이나 미술, 공연 등 순수 문화 팬을 위한 특집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특집은 커녕 ‘퓨전 콘서트 가락’(MBC)과 같은 정규 국악프로그램은 다른 신년특집에 밀려 아예 방송이 되지 못했다.
현재 방송 3사에서 방영되고 있는 360∼400개에 이르는 프로그램 중 문화 예술을 소개하는 정규 프로그램은 ‘KBS 예술극장’(KBS1·밤 11시40분), ‘문화탐험 오늘’(KBS1·밤 11시40분) ‘클래식 오딧세이’(KBS2·밤 12시40분), ‘금요 컬처클럽’(SBS·오전 11시) 등 단 4편 뿐. MBC는 순수예술문화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정규 프로그램이 한 편도 없다. 국악프로그램도 ‘국악한마당’(KBS2) ‘퓨전 콘서트 가락’ ‘정겨운 우리가락’(SBS) 등 각 방송사마다 한 프로씩만 옹색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 전부다.
게다가 각 방송사가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마지 못해’ 방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방영시간만 봐도 금방 드러난다. 하나같이 자정 무렵의 심야가 아니면 직장인들이 시청할 수 없는 평일 오전이나 대낮이다.
KBS가 ‘문화탐험 오늘’을 한때 과감하게 프라임타임인 저녁 8시30분에 매일 방영해 호평받았으나 시청률이 줄곧 한자리수로 맴돌자 지난 가을 개편부터 축소된 후 시간대도 심야로 옮겨졌다. 같은 이유로 ‘TV 문화기행’은 몇차례 시간대를 옮겨다닌 끝에 아예 사라졌다.
그런데도 방송 3사는 현란한 수식어를 동원해 기본 편성 방향을 홍보했다.
‘KBS1 채널은 차원을 달리하는 고급 문화 프로그램을 강화하겠다.’(KBS), ‘시청자의 다양한 문화욕구 수용을 통해 선진문화방송의 초석을 다지겠다.’(MBC), ‘10년을 앞서가는 고품격, 고품질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SBS)
더욱이 방송사들은 ‘21세기는 문화의 세기’ ‘문화 컨텐츠 육성이 시급하다’ ‘방송의 공공성’ 운운하며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문화 예술 프로들이 홀대받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런 말들이 한낱 구호에 불과하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