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방송계 이긍규씨 방송위원 추천 반발

  • 입력 2000년 12월 18일 19시 30분


이긍규(李肯珪) 전 의원(자민련)이 김형근 전 방송위원의 별세로 공석이 된 방송위원 자리를 물려받아 최근 국회 추천을 받은 것에 대해 방송계에서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이 위원은 곧 열릴 방송위 전체 회의에서 상임위원에 선임될 전망이다.

PD연합회와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이와 관련, 성명을 내고 “방송위원을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국회는 방송법이 정한 방송 전문성과 시청자 대표성을 갖춘 인사를 재추천하라”고 촉구했다.

방송계의 비판은 그의 추천이 정치권의 흥정에 따른 ‘낙선 의원 봐주기’라는 인식 때문이다. 게다가 민주당이 자민련과의 공조를 위해 자민련 소속의 이 전의원을 추천하는 대신 대신 한나라당과는 상임위원을 하나 더 늘려 제1야당이 차지하도록하는 법개정안 제출에 합의하는 등 정치권이 방송위원회를 멋대로 주무르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 전의원은 방송과는 거의 무관한 인물로 방송계는 보고 있다. 그는 3선 의원을 지냈으며 16대에 낙선한 뒤 자민련의 충남 보령서천지구당 위원장을 맡고 있다가 추천 직후 김형근 위원 별세 시점인 10월초로 날자를 소급해 탈당계를 냈다.

특히 이 전의원은 자민련 추천으로 방송위원이 된 김형근위원에 이어 상임위원에 ‘자동’ 선임될 것으로 보여 방송의 행정 및 정책이 정치권의 입김에 시달릴 것이라는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상임위원은 방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호선하지만 이미 정치권이 ‘합의’를 끝낸 상황이어서 뒤집기는 어렵다.

이같은 상황은 방송위가 정치권의 입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 대통령 국회 국회 상임위(문광위)가 각각 3명씩 추천해 상임 비상임으로 나누는 제도가 정치권의 갈라먹기와 낙하산 인사의 자리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5인의 위원 전원이 상임위원이며 기술 법률 전문가 등으로 명문화되어 있어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가 진입할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하고 있다.

방송전공의 한 교수는 “방송위원 추천 제도가 정치권의 흥정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라며 “정치권이 이해관계에 따라 방송위원회를 게리맨더링하려는 의도가 더 큰 문제”라면서 “이런 법 체제로는 방송위원회와 방송의 독립이 ‘요원한 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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