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軍협조 못얻은 '700일간의 사랑' 폐지되나

  • 입력 2000년 12월 6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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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오락프로그램 ‘칭찬합시다’(화요일 저녁 7시25분)의 인기 코너 ‘700일간의 약속’이 국방부의 협조를 얻지 못해 폐지 위기에 놓였다.

‘700일간의…’는 군에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신세대 ‘열녀’들을 선별해 ‘언약식’을 치르게 해주는 코너. 인스턴트식 사랑이 아닌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젊은 연인들을 ‘칭찬한다’는 취지다. 10월17일 첫 방송된 이래 지금까지 4쌍이 언약식을 치렀다.

그러나 국방부가 “군을 희화화할 우려가 있고 군 작전 수행에 지장이 초래된다”는 이유로 촬영 협조를 거부하면서 마찰이 시작됐다. MBC는 9월 이 코너를 기획하면서 국방부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국방부로부터 확답을 받지 못하자 일단 촬영에 들어갔고 언약식을 제외한 전 과정의 촬영이 끝날 무렵 ‘협조 불가’ 통보를 받았다.

다시 새로운 코너를 만들 여유가 없었던 제작팀은 일단 여자 출연자의 얼굴을 공개하되 군인인 남자 친구는 목소리만 내보내는 형태로 첫 회를 방영했다. 이후 시청자들로부터 “왜 얼굴을 내보내지 않느냐”는 내용의 E메일과 전화가 쇄도했다.

제작팀은 “이 코너는 군인의 사기를 고무시킬 것”이라며 “부대에서 촬영이 어렵다면 사병이 외출나와 촬영을 하게 해 달라”고 국방부를 설득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 3회는 남자 주인공의 얼굴이 방송에 나가지 않도록 화면을 어둡게 처리하거나 뒷 모습만 촬영하는 방식으로 언약식을 치렀다. 그러나 지난 주 제작팀은 국방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남자 주인공의 얼굴을 방송에 공개했다.

최원석PD는 “시청자의 요구도 있었지만 더 이상 ‘반쪽짜리’ 언약식으로는 코너를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국방부는 MBC 예능국측에 전화를 걸어 유감을 표시했으며 MBC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네 번째 주인공의 소속 부대에서 올린 유감의 글이 떴다.

제작팀은 국방부의 태도 변화가 없는 만큼 이 코너를 끌고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50년간 해로한 노부부들에게 금혼식을 올려주는 새 코너 등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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