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들 다 모여라…대학로서 놀아보자"…20일 80개교 1200여명

  • 입력 2000년 10월 16일 19시 10분


학교종이 땡 땡 땡!

옛날 그 정다운 울림은 없지만 20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서 이색적인 ‘노천 동창회’가 열린다. 학교 지붕 대신 300여개의 파라솔이 펼쳐지고 반가운 얼굴을 마주한 가운데 ‘문화’가 어우러진다. 문화의 달 기념 공연 때 ‘객석’에서 열리는 이 동창회에는 80여 학교와 단체에서 1200여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파라솔 동창회

‘만나며 나누며’를 주제로 내건 이번 문화의 달 행사 공연은 가로 18m, 세로 15m의 무대를 중심으로 도로 양쪽에 동창회 모임이 열리고, 가운데에는 일반 참석자를 위한 파라솔 없는 2000여 좌석이 설치된다.

16일 현재 서울고덕초등학교 2회 졸업생, 난곡초등학교 6학년3반 반창회, 영훈초등학교 24회 졸업생 모임 등 15개 모임이 참가를 신청했다.

고덕초등학교 졸업생인 이지형씨(28)는 “3개월전부터 ‘아이 러브 스쿨’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20여명이 모임을 가져왔다”면서 “마침 문화의 달과 관련된 각종 공연이 있어 문화와 친구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충남 서천군 한산면에 있는 한산초등학교 88년 졸업생들도 서울 부근에 거주하는 동창생들을 중심으로 참석하기로 했다.

별다른 홍보도 없이 노천 동창회가 성사된 것은 온라인에 이어 ‘오프라인의 접속’으로 이어지고 있는 ‘아이 러브 스쿨’류의 인터넷 사이트의 위력 때문이다. 주최측은 전통의 광고나 방(榜) 대신 인터넷상에 ‘가정통신문’을 띄우거나, PC통신 동호회의 시삽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정진홍교수(커뮤니케이션학)는 “인터넷은 개인을 고립시킨다는 관념적 사고와 달리 끊임없이 새로운 네트워크와 ‘느낌의 공동체’를 만들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전화 접수나 행사 당일 현장에서 접수하는 ‘아날로그’적 참가 방식도 있지만 이번 대학로 노천동창회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생긴 ‘연합 동창회’인 셈. 동성고등학교에서 마로니에 공원 앞까지 500여m의 길은 낮12시부터 밤12시까지 차량이 통제된다. 참가신청 02―760―4641

▽밥 놀이 공연

동창회에는 넉넉하진 않지만 ‘무료 급식’도 제공된다. 이날 오후 5시부터 1시간 동안 예정된 ‘요리예술가’ 오정미의 음식 퍼포먼스 ‘비빔밥’. 그는 나무로 만든 지름 2m, 높이 70㎝의 ‘대형 밥그릇’에 300인분의 비빔밥을 만들어 나눠줄 예정이다. 조화로운 맛이 생명인 비빔밥처럼 퍼포먼스를 통해 인간과 문화, 인간과 인간을 조화롭게 연결시키겠다는 게 작가의 취지다.

유열 한젬마가 사회를 맡은 메인 공연은 오후 7시부터 전통과 첨단, 생활과 만남, 주류와 언더그라운드가 비빕밥처럼 뒤섞여 2시간 동안 펼쳐진다.

12일 1000회 공연을 달성한 ‘난타’, 뮤지컬 ‘렌트’ ‘듀엣’팀이 공연 하이라이트를 선보인다. 가수 이박사의 ‘테크노 뽕짝 메들리’, 이선희와 ‘윤도현 밴드’의 노래도 이어진다.

만담 무대를 갖는 코미디언 남보원(본명 김덕용·65)의 말.

“8월12일 북한에서 만난 덕화(71) 누이 얘기를 해야지요. 정주영아저씨는 소 타고 가고, 김대중대통령은 비행기를 탔고. 나는 복원되는 경의선 열차를 탈 겁니다. 황해남도 송화군 관양리 30번지, 누님이 사는 그 곳으로 떠나는 이야기를 비행기 소리로, 기차 소리로 섞어 풀어놓을 생각입니다.”

▽부대행사

‘문화의 날’인 이날 대학로 뿐 아니라 서울 명동과 홍익대 주변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추억을 자극하는 각종 전시와 쇼가 오후 1시부터 열린다. 각종 딱지와 종이인형, 뱀주사위 놀이 등 ‘옛 놀이 전시회’, 차력사와 거리의 악사 등 음악과 묘기를 보여주는 유랑극단의 공연도 있다. ‘로버트 태권 V’ ‘마루치 아라치’ 등 추억의 만화영화도 TV 모니터를 통해 상영된다.

서울 명동 일대에서는 ‘목포갯돌’ ‘부산자갈치’ ‘서울 현장’ 등 3개 극단이 참가한 거리굿에 이어 ‘명동마을 장터’(오후 4∼8시)가 있다. 홍익대 주변에서는 ‘노브레인’ ‘갱톨릭’ ‘펀치 드렁크’ 등 30여개 언더그라운드 밴드 등이 참가하는 ‘거리 동시다발 음악쇼’(오후 6∼9시)가 펼쳐진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