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원미경 "귀여운 아줌마의 반란 지켜보세요"

  • 입력 2000년 9월 17일 19시 01분


탤런트 원미경이 18일부터 방영되는 MBC 새 월화드라마 ‘아줌마’(밤 9·55)의 주인공 오삼숙역을 맡아 1년2개월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다. 첫 방송을 앞두고 만난 원미경은 평소의 당찬 모습과 달리 잔득 긴장하고 있었다.

“얼마나 부담이 되는지, ‘사람들이 내 연기를 어떻게 볼까’하는 생각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등줄기에서 진땀이 나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니까요.”

연기경력이 20여년이나 되지만 아직도 그는 남편(이창순 PD)앞에서 자신이 출연하는 드라마를 제대로 못본다며 얼굴을 붉힌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부끄럼이야말로 연기에 대한 열정의 반증이다.

그는 남편친구들의 부부동반 모임에 참석했다가 술에 취해 신발까지 벗어들고 춤을 추며 ‘남행열차’를 부르는 극중 연기를 위해 2주내내 노래연습을 했다.

“제가 집에서 노래를 얼마나 불렀던지 큰 애가 ‘엄마, 거기서는 키가 좀 더 높아야 돼잖아’하고 코치를 다 하더라구요.”

그리고 촬영장에서 “연습 좀 해보자”는 장두익PD의 성화도 뿌리치고 술만 몇잔 마시고 딱 한번만에 촬영을 마쳤다.

3남매의 엄마로 이제는 아줌마라는 호칭이 익숙한 그가 선보이는 오삼숙은 교양없고 체신머리 없는 그런 아줌마가 아니라 차라리 순박하고 꾸밈없는 아줌마다. ‘시대가 아프고 산다는 것이 부끄럽다’는 오빠 대학친구의 말장난에 감동해 덥썩 애를 갖는가 하면 남의 집들이에 가서는 세간이 얼마냐에 호기심을 발동하지만 남편이 돈주고 교수자리를 사고 음주운전을 무마하려는 모습에 반란을 일으킨다.

“제 평소 지론은 아내가 토끼처럼 생글생글해야 집안이 밝고 건강하다는 거예요. 오삼숙도 그런 점에서 정말 귀엽고 매력적인 여자지요.”

20대 배우가 주연자리를 모두 차지하는 현실에서 남편 장진구역의 강석우나 심혜진 송승환 견미리 등 드라마 주역이 모두 30, 40대라는 점은 이 드라마의 매력 중의 하나. “인생이 뭔지 연기가 뭔지 이제 진짜 알 나이 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뭉쳐 우리 얘기를 연기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기쁘죠.”

가족들의 적극적인 후원약속을 받고 다시 연기를 시작했지만 다섯살짜리 막내를 떼놓고 나서느라 애먹었다는 그의 애타는 얼굴 앞에서 어쩌면 연기라는 말 자체가 무색해보였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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