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KBS1 '환경스페셜' 아무도 살지 않기에…

  • 입력 2000년 8월 22일 18시 36분


23일 밤 10시에 방송되는 KBS1의 ‘환경스페셜’은 백도를 찾아간다.

거문도에서도 배로 한시간쯤 더 가야 나오는 백도는 섬이 거의 백개에 이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실제로 백도의 섬은 99개. 이 때문에 백도는 일백백(百)에서 ‘하나(一)’를 떼어낸 흰 백(白)자를 쓴다.

무인도인 백도에서 유일하게 인간의 손길이 스친 것이라곤 등대 뿐. 그러나 ‘아무도’ 살지 않는 덕분에 백도에는 많은 생명이 ‘산다’.

백도에서만 발견되는 희귀종인 덩굴옻나무, 이름과 달리 거문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백도에만 사는 ‘거문도 닥나무’ 등 다양한 식물부터 1m가 훨씬 넘는 참치, 자리돔, 거북복 등 어류, 울음소리가 고양이 같은 세계적인 희귀조 괭이갈매기….

섬 전체가 자연의 식생을 그대로 간직한 백도는 생태보호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섬에 상륙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찾기는 하지만 이들도 섬 주변에서만 활동할 수 있다.

제작진은 여수시의 허가를 얻어 5월부터 3개월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백도의 비경과 생태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특히 이번 제작 과정에 동행한 호남대 임동옥교수가 이끄는 식생조사팀은 국내 어류도감에 올라있지 않은 미기록 어종인 ‘헬코그라마 푸스코피나’를 최초로 발견했다. 또 제작진은 낮에는 산호처럼 위장하고 바위에 붙어 있다가 밤에만 활동하는 ‘삼천발이’(불가사리 일종)가 먹이를 사냥하는 장면을 처음으로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이밖에 천적을 피해 산호 사이를 유영하는 장미돔, 바위틈의 검붕장어, 말미잘과 집게의 공생 관계 등 바닷속 생물들의 비밀스런 생활도 엿볼 수 있다. 강한 해풍속에서도 100년동안 살아남은 희귀종 우묵사스레피나무의 모습도 카메라에 담았다.

그러나 백도에도 ‘인간의 그림자’가 조금씩 드리워지기 시작하면서 생태계도 위협받고 있다.

담당 유한주PD는 “파도를 피해 백도에 잠시 정박한 배들이 폐그물 등을 버린 지역에서는 돌돔 참돔 등 예민한 물고기들은 모두 도망가서 없고 어떤 환경에서든 잘 적응하는 자리돔만 있어 안타깝다”며 “쓰레기가 더 늘어나기 전에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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