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 연예인 마약충격]"마약은 마지막 안식처"

  • 입력 2000년 4월 30일 19시 37분


“노 코멘트. 묵비권을 행사하겠습니다.”

지난달 29일 서울지검 마약전담 검사실. 히로뽕과 신종 마약 ‘엑스터시’ 등을 투약한 혐의로 연행된 재미교포 출신 그룹 ‘업타운’의 멤버들은 검사의 추궁에 “우리는 미국 시민권자”라며 ‘미국식’으로 수사에 응했다.

▼"美선 별것 아니다" 항변▼

수사검사인 박성진(朴成鎭)검사가 2개월간의 추적자료와 공범의 진술 등 증거를 들이대자 이들은 또 다시 ‘미국식’ 답변을 했다. 이들의 도덕적 불감증도 극에 달했다.

“마약한 것이 죄가 됩니까. 미국에서는 아무것도 아닌데….”

검찰 수사결과 이들은 미국에서도 수시로 마약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3∼7세에 미국으로 이민간 이들은 인종차별과 언어장벽 등으로 미국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다 마약에 빠져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주류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은 랩과 힙합 등 뒷골목 흑인음악을 배우며 청소년기를 보내다 국내 프로듀서의 눈에 띄어 96년 귀국해 연예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의 국내 생활은 미국에서와는 딴판이었다. 데뷔한 지 3개월 만인 97년 3월 ‘다시 만나줘요’라는 노래로 방송 인기가요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한 방송사의 ‘이 달의 가수상’을 연속 두 번 차지할 만큼 인기가 치솟았다. 그 해 연말에는 가요대상을 타기도 했고 라이브 공연 때에는 전회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돈도 억대가 넘게 벌었다.

이들은 “한국이 너무 좋았다”고 검찰에서 고백했다. “미국에서는 가난과 총, 마약 때문에 너무 힘들고 무서웠는데 한국에서는 모든 게 해결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상급 연예인으로 떠오르자 한때 마약도 끊었다.

그러나 잇따라 펴낸 2, 3집 앨범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다시 방황하기 시작했다. 생활도 어려워졌다. ‘이름’ 덕분으로 1회 공연 때마다 300만∼400만원을 받기는 했지만 매니저에게 50%를 떼어준데다 외국인인 탓에 세금도 많아 실제 손에 들어오는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교포 무조건 우대" 지적도▼

멤버중 한 명은 “우리가 계속 떴으면 마약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앨범 실패와 좌절로 마음이 괴로웠고 그래서 안식처를 찾아 다시 마약을 하게 됐다”고 고백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본인들의 무절제한 행태도 문제지만 해외교포 출신이라면 무조건 우대하는 연예계와 팬들의 태도도 문제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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