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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1월 18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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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TV로 데뷔한 뒤 ‘히트’ ‘타임 투 킬’ ‘스모크’에 잠깐 얼굴을 내비쳤던 그는 탁월한 연기력과 넓은 변신의 폭을 보여주며 우리곁에 다가왔다. 우아하면서도 섹시하고,밝고 강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그늘이 진 얼굴 때문인지 그는 요염한 킬러에서 강인한 어머니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주드는 ‘더블 크라임’에서 남편에게 복수하는 여인 역을, ‘사이먼 버치’에서는 따뜻한 어머니 역을 맡았다. 두 영화를 비교해 보면….》
▼ '사이먼 버치'선 따뜻한 엄마役 ▼
세 살 때 성장이 멈춰버린 열 두 살의 장애인 소년과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생아. ‘사이먼 버치’는 소외된 아웃사이더로서의 연대감을 지닌 두 소년의 우정과 성장을 그린 가족영화다.
장애인 소년 사이먼(이안 마이클 스미스 분)은 친부모로부터도 버림받다시피 하지만 “하느님이 특별한 계획이 있어서 나를 만들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사이먼의 단짝이자 사생아인 조(조셉 마젤로 분)는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알고 싶어한다. 남들이 뭐라든 신경쓰지 않고 우정을 키워가며 하느님의 계시를 기다리는 사이먼과 아버지를 찾으려는 조의 갈망은 영화 마지막에 실현된다.
시종일관 흘러나오는 감상적인 음악 등 감동과 눈물을 자아내기 위한 목적으로 쓰인 장치가 빤히 보인다. 그럼에도 ‘사이먼 버치’는 관객의 마음을 뒤흔드는 흡인력을 지녔다. 개성있는 캐릭터 묘사와 좋은 연기 덕분이다.
사이먼 역의 이안 마이클 스미스는 실제로도 효소 장애로 발육이 정지된 성장 지체아. 이 가냘픈 꼬마 배우는 밝고 의젓한 표정을 잃지 않으면서도 자신에게 냉담한 세상에 대한 조숙한 이해로 보는 이의 가슴을 아릿하게 만든다. 사이먼이 물에 빠진 버스 안에서 침착하게 아이들을 구해낸 뒤 죽는 마지막 장면이 압권이다.
두 소년 못지 않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사람이 조의 어머니 레베카(애슐리 주드). 애슐리 주드는 친부모마저 내친 사이먼을 감싸 안아주고 그의 외로운 가슴에 환한 등불이 되어주는 아름답고 강인한 어머니 역을 빼어나게 연기했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마크 스티븐 존슨의 감독 데뷔작. 전체 관람가.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 '더블 크라임'선 恨맺힌 여인役 ▼
바다에 떠 있는 요트 위에서 혼자 깨어보니 사랑하는 남편이 사라졌다. 게다가 경찰은 피묻은 칼을 집어든 채 울부짖는 아내를 살인범으로 지목한다.
‘더블 크라임’은 남편의 실종을 둘러싼 음모를 그린 스릴러다. 영화의 도입부는 잇따른 반전으로 눈을 떼기 힘들 정도로 흥미롭다. 잘 생기고 유능한 남편과 사랑스러운 아들을 두어 행복할 수밖에 없는 리비(애슐리 주드 분). 하지만 그는 핏자국으로 얼룩진, 고립된 요트에서 남편 닉(브루스 그린우드 분)이 실종되자 남편을 죽인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다.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리비는 감옥에서 어느날 아들의 양육을 부탁한 앤젤라(아나베스 기쉬 분)와 전화통화를 하다 뜻밖의 목소리를 듣는데….
이 작품은 진행될수록 스릴러에서 벗어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리비가 “남편을 죽인 혐의로 이미 유죄를 받았기 때문에 동일한 범죄로 중복된 재판을 받지 않는다”는 동료 죄수의 조언을 들으면서 남편에게 복수를 계획할 때는 ‘여전사 영화’를 보는 듯하다. 여기에 가석방 죄수의 생활을 감시하는 트래비스(토미 리 존스 분)가 등장할 무렵이면 ‘도망자’를 연상시킨다.
도입부의 매력에 이끌려 스릴러라고만 생각한다면 다소 김이 빠진다.
하지만 브루스 버레스포드 감독은 이 다양한 재료에 액션과 애슐리 주드의 매력을 ‘양념’으로 뿌려대며 그럭저럭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다.
이 작품이 미국시장에서 약 1억달러(약 1200억원)의 입장료 수입을 기록 중인 것은 애슐리 주드의 공이 크다. 18세이상 관람가.
〈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