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난입]『방송사상 처음』 시민들 경악

  • 입력 1999년 5월 12일 07시 02분


11일 밤 방송내용에 불만을 품은 신도들이 방송국에 침입해 해당 프로그램의 방송이 중단된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데 대해 시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11일 밤 11시경 PD수첩이 시작되고 10분 가량 지난 후 9대의 버스를 타고 온 만민중앙성결교회 신도 3백여명은 순식간에 방송사 정문으로 몰려가 청경 10여명을 밀치고 방송국내로 침입해 1층 로비를 점거했고 이중 1백여명은 4층 교양제작국으로 몰려갔다.

또 일부는 1층부터 방송이 진행되는 주조정실을 찾아 방송국 곳곳을 뒤지고 다녔다. MBC측은 “신도들이 최종 송출을 담당하는 2층 주조정실의 중앙기계실 앞에서 노크를 했다가 응답이 없자 문을 부수고 들어가 최종 전원장치를 꺼버렸다”고 주장.

○…신도들의 항의로 방송 중단 사태를 맞은 MBC 관계자들은 “주조정실에 시청자들이 들이닥쳐 방송이 중단되기는 국내 방송 역사상 처음”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MBC는 밤12시 마감뉴스에서 방송중단사태에 대한 뉴스를 내보냈다.

○…이날 신도들은 구로공단내 예배당에서 예배를 마치고 한꺼번에 방송국으로 몰려와 농성을 벌였다.3일부터 2주간의 부흥성회 기간을 맞아 이날 예배를 함께 했던 신도들은 “방송국이 사실이 아닌 보도로 우리 종교와 이재록목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에 항의하기 위해 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신도들은 12일 0시10분경 경찰이 출동하자 찬송가를 부르고 경찰과 대치. 일부 신도는 열성적인 기도를 하는 한편 큰소리로 울부짖기도 했으며 ‘MBC가 하나님입니까’라는 피켓을 흔들기도 했다. 방송중단을 요구하던 신도들은 12일 0시가 넘어서자 사과방송을 요구하기도.

○…방송중단 사고가 발생하자 국민들은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언론사와 114 안내전화 등 관계기관에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시민들은 만민교회 소속 신도들이 방송국을 점령해 이같은 사고가 발생했다는 설명을 듣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며 어처구니없어했다.

시민들은 “방송국은 국가 중요시설인데 어떻게 일부 종교단체 소속원들의 점거로 방송이 중단될 수 있느냐”고 어이없어했다.

시민들은 또 MBC측이 자막으로라도 경위설명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분개하기도.

○…교회측은 “오늘 온게 교회의 간부 지시나 조직적인 행동은 아니다”며 “오후 10시부터 기도회를 열어 신도들의 동요를 막으려 했으나 11시에 방송이 시작됐다는 소식을 들은 신도들이 버스를 내놓으라고 요구해 자발적으로 몰려갔다”고 주장.

〈허 엽·이현두·김경달·윤상호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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