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 교회신도 난입 방송중단 사태

  • 입력 1999년 5월 12일 06시 44분


문화방송(MBC)이 11일 오후11시부터 ‘PD수첩’프로그램에서 이단 종교 문제를 방영하던중 신도 3백여명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MBC 본사에 들어가 주조정실 등을 점거해 방송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방송내용 관련자들이 프로그램 내용에 불만을 품고 방송국에 난입, 해당 프로그램의 방영이 중단된 것은 방송사상 처음이다. 이날 사고는 국가 기간시설망인 방송국 보안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이날 PD수첩에서 방영중이던 ‘이단 파문 이재록목사 목자님 우리 목자님’(연출 윤길룡프로듀서)에 나오는 이목사의 만민중앙성결교회(서울 구로구 구로동)소속 신도들은 이날 오후 11시10분경 교회버스 9대에 나눠타고 MBC에 도착, 저지하는 경비원들을 밀친뒤 방송국내로 진입했다.

이들중 일부는 ‘방송중단’등의 구호를 외치며 2층에 있는 주조정실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이날 오후 11시15분부터 10분간 동물다큐멘터리류의 화면이 나가는 등 45분경까지 엉뚱한 화면과 본래 화면이 번갈아 방영되는 파행방송이 계속됐다.

신도들은 방송이 중단되는 동안 로비와 4층 교양제작국 등에서 농성을 벌였으며 추가로 도착한 1천7백여명의 신도는 정문 앞 4차로 도로를 점거한채 찬송가 등을 부르며 연좌농성을 벌였다.

MBC측은 사과방송을 통해 “관련 교회신도 2백여명이 주조정실에 난입해 신도들이 방송국기계와 송출장비 등을 마음대로 작동하면서 방송송출을 방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도들은 이날 방송중단 사고와 관련, “우리는 방송기기를 전혀 만지지 않았으며 주조정실에 있던 방송국 직원들이 보관중이던 다른 프로를 방영했다”고 주장했다.

신도들은 또 “문제의 프로그램은 교회측에 반감을 품고 나간 일부 교인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담았을뿐 진상을 그대로 전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기홍·이현두·김경달기자〉sechep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