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3社,「봄개편 늑장」곁눈질 한창…KBS만 초안작성

  • 입력 1999년 4월 11일 20시 01분


방송3사의 봄개편이 이례적으로 늦어지고 있다.

예년의 경우 3월말이나 4월초에 실시하는 각사의 봄개편은 한해 ‘시청률 농사’를 좌우하는 ‘모내기 편성’이라는 점에서 각사 편성전략 최고의 빅카드.

하지만 올해는 이달 26일 봄개편을 하기로 했던 KBS와 MBC가 각각 5월3일과 5월10일로 연기했고 SBS는 5월17일 이후로 미뤘다.

KBS만이 ‘환경스페셜’(수 밤10·15)과 ‘월드리포트’(평일 오전6시)‘문화사랑’(화∼목 밤11·55) 등을 골자로 하는 초안을 지난주 마련했을 뿐 MBC와 SBS는 윤곽도 잡지 못한 상태다.

이처럼 봄개편이 늦어지는 이유는 공영성 강화와 시청률을 놓고 고민에 빠져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2월30일 방송3사의 공영성강화 선언, 올초 방송개혁위원회가 ‘불량식품 TV프로’를 질타한 이후 첫 공식개편이라 공영성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지만 무턱대고 공영성을 외칠 수는 없다는 것.

자칫 홀로 ‘독야청청’하려다 시청률이 곤두박질칠 경우 광고판매 등에서 치명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각사의 개편예정일이 일주일 간격으로 잡혀있는 것도 경쟁사의 편성을 봐가며 자사안(案)을 조정하겠다는 전략이다.

MBC의 한 고위관계자는 “전임 이득렬사장이 지난해말 프로그램의 경쟁력(시청률)이 확보됐으니 공영성 강화에 나서겠다고 한 후 올초 몇몇 ‘도덕성’강한 프로를 배치했지만 그 결과는 시청률 하락”이라며 ‘편성 지구전(持久戰)’의 배경을 털어놨다.

편성담당자들은 올초 각사가 공영성 강화를 목표로 부분 개편을 단행(MBC 1월4일, KBS SBS 1월5일)해 ‘갈아 끼울’프로가 마땅치 않다는 점 등을 늑장편성의 해명으로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정성스런 ‘상차림’이어야 할 봄개편이 각 방송사의 눈치보기로 늦춰진 만큼 시청자에 대한 서비스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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