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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3월 14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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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위원회는 PC통신의 고발과 언론의 비판에 굴복한 MBC가 지난 4일 표절을 인정하고 나서야 표절여부를 심의키로 해 마지못해 움직인다는 인상을 줬다.
방송심의규정에는 “타작품을 표절하거나 현저하게 모방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을 두고 있으며 시청자에 대한 사과명령 등 법정제재가 가능하다. 그러나 방송위원회는 지난 2년간 단 2건만 표절로 징계했을 뿐이다.
방송위원회는 그동안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방송 프로그램의 표절여부에 대한 심의를 요청받고서도 “표절 심의에 대해 모니터링이 힘들고 원작을 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심의를 기피해왔다. 그러나 방송위원회내 TV 모니터팀이 있는데다 PD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PC 통신을 훑어만 보더라도 표절의혹 프로의 리스트는 쉽게 구할 수 있다.
방송위원회는 아직도 무엇이 표절인지 세세하고 명확히 규정한 표절심의 세규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언론시청자단체 PC통신이 줄기차게 문제제기를 하자 최근 마지못해 표절 연구를 시작했을 뿐이다.‘고의’로 표절을 눈감아 줬다고 비난받아도 변명할 여지가 없을 정도다. 시청자들이 부담하는공익자금으로 운영되는 방송위원회의 존재이유를 의심받는 이유다.
연예오락심의위원회는 위원장 포함 사회각계 인사 6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매주 금요일 회의를 연다. 심의내용은 간접광고 폭력성이 주이고 표절은 거의 심의 대상이 아니다.
방송가에서 표절 문제는 고질이다.오락물의 경우 틀을 그대로 가져와 내용만 바꾸는 게 허다하다.‘이경규가 간다’‘특명 아빠의 도전’‘TV는 사랑을 싣고’‘서세원의 좋은 세상 만들기’등이 모두 일본TV와 닮은 꼴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김창열 방송위원장은 “위원회도 국내 방송계의 표절 실태에 관한 자료를 모아 놓고 있다”며 “새방송법 시행에 맞춰 심의규정을 고칠 때 표절에 대한 세부 사항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 엽기자〉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