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문화상품 H.O.T, TV출연료 고작 「16만2천원」

  • 입력 1999년 1월 24일 19시 50분


10회 공연 입장권 3만5천장을 불과 26분20초만에 매진시킨 신세대 인기그룹 ‘H.O.T’. 티켓 1장에 3만원이니 입장수익만 10억5천만원에 이른다.

공연과 음반을 통해 90년대 후반 최고의 ‘문화상품’으로 올라선 ‘H.O.T’의 TV 출연료는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16만2천원에 불과하다. 가수들의 출연료는 인기가 아니라 나이와 경력을 감안한 가수등급과 지급기준표에 따라 산출되기 때문이다.

TV 3사는 가수들을 최고 등급인 원로 특급에서부터 최하 라등급까지 7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H.O.T’는 끝에서 두번째인 다등급이고 ‘터보’ ‘주주클럽’ ‘패닉’ 등 ‘오빠부대’를 이끄는 인기그룹들은 대부분 다등급이나 라등급에 속한다.

원로특급에는 작고한 김정구와 현인 고운봉 등 원로가수들이 속해 있다. 출연료는 등급이 올라감에 따라 3만∼4만원씩 인상된다. TV가 라디오보다 높으며 독창이든 중창이든 차이가 없다.

결국 5명으로 구성된 ‘H.O.T’의 1인당 출연료는 3만2천4백원인 셈. 댄스그룹의 특성상 많게는 10여명의 백댄서를 거느리고 있는데다 세금까지 감안하면 남는 게 없다. 백댄서와 연주자도 등급에 따라 출연료를 받아야 하지만 IMF체제를 맞은 방송사가 제작비 절감차원에서 안주는 경우도 많다.

방송사측은 “인기에 비해 너무 적은 액수여서 출연섭외하면서 미리 양해를 구하고 있다”면서도 “TV출연 자체가 엄청난 홍보기회이기 때문에 출연료를 둘러싼 잡음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착취형’ 출연료 구조가 다양한 음악장르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록그룹과 트로트 등 상대적으로 방송 출연기회가 적은 장르와 교통비조차 아쉬운 신인에게는 ‘출연료 현실화’가 아쉽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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