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전야 액션 대격돌]「풍운」-「에너미 오브…」

  • 입력 1998년 12월 23일 19시 36분


《성탄 전야인 24일, 동서양의 대형 액션영화 두 편이 나란히 개봉된다.

할리우드에서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막강 군단 제리 브룩하이머 팀의 액션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와 현란한 특수효과를 사용한 홍콩 무협액션영화의 대작 ‘풍운’이 성탄 전야 대격돌의 주인공.

두 영화 모두 대작에다 첨단 테크놀러지에 힘입어 만들어졌지만 그 쓰임새는 서로 다르다.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는 정보기관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다룬 만큼 최첨단 정보망과 추격, 감시 장비들이 수시로 등장하지만 ‘풍운’의 주제는 ‘첨단’과 아무 관련없는 무림의 고수들의 결투. 반면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가 요란한 특수효과에 의존하지 않고 사실적인 묘사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풍운’의 휘황 찬란한 특수효과는 컴퓨터 게임을 방불케 해 대조적이다.

‘풍운’이 10대후반, 20대 초반에게 어필할 영화라면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는 그보다 관객의 연령대가 높고 넓을 듯. 크리스마스와 연말 극장가를 후끈 달굴 두 영화를 들여다 보면….》

▼ 풍운 ▼

강호의 고수들이 천하를 겨루는 무협지, 현란한 컴퓨터 게임, 홍콩의 청춘스타 곽부성. 이 셋을 동시에 좋아하지 않는 관객이라면 홍콩의 SF무협액션영화 ‘풍운(風雲)’이 좀 황당할지도 모르겠다.

‘고혹자’시리즈의 유위강 감독이 홍콩 영화사상 최고의 제작비(원화 약 1백20억원)를 들여 만든 ‘풍운’은 국내에도 수입됐던 30권짜리 인기 무협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무림을 제패하려는 천하회의 웅패에게 살해당한 고수의 아들로 고독한 영혼을 지닌 운, 부모를 죽인 웅패를 은인으로 알고 자란 따뜻한 성품의 풍. 10년뒤 천하회를 대표하는 절정의 고수로 성장한 이들은 웅패의 계략에 빠져 서로 싸우게되지만 결국 힘을 합해 사악한 웅패를 꺾는다는 이야기. 홍콩에서는 올 여름 개봉됐을 때 개봉일 최고흥행기록과 토요일 극장수익 기록을 모두 갱신했다.

국내에서도 인기있는 홍콩배우 곽부성이 거칠고 고독한 운을,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부드럽고 지적인 외모의 배우 정이건이 풍을 맡았다. 두 배우의 상반된 매력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된 힘이다.

날아다니는 결투, 장풍으로 술독의 술을 끌어내고 기(氣)로 폭포수를 가르는 등의 무협액션이 무려 5백50장면에 달하는 특수효과에 힘입어 멋들어지게 묘사됐다. 영상은 환상적이고 화려하다. 그러나 너무 멋을 부리는데만 열중한 탓일까. 두 주인공을 제외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빈약하고 줄거리는 다소 산만하다. 과장됐지만 장대한 무협지의 맛보다 컴퓨터 게임의 자극적인 맛이 더 강하다.

▼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

‘더 록’‘콘에어’‘아마겟돈’ 등 액션 대작을 잇따라 성공시킨 제리 브룩하이머는 요즘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 나가는 제작자다.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Enemy of the state)’는 ‘마이더스의 손’인 제리 브룩하이머와 ‘탑 건’‘크림슨 타이드’에서 호흡을 맞췄던 토니 스코트 감독이 다시 손잡고 만든 영화.

“프라이버시는 이미 죽었다. 안전한 것은 두뇌속의 프라이버시뿐”이라는 대사처럼 개인의 사생활까지 침해하는 국가정보기관의 권력남용을 고발한다. 감청문제로 시끄러운 국내 상황과도 기막히게 맞아떨어졌다.

위성과 도청장치, 추격을 위한 온갖 첨단장비를 갖춘 추격자와 질주하는 도망자의 릴레이를 빠른 편집으로 박진감있게 묘사했다.

변호사 딘은 우연히 만난 대학동창이 쇼핑백에 몰래 넣은 디스켓때문에 곤경에 처한다. 디스켓에는 감청 허용 법안의 통과를 가로막던 국회의원을 국가안보국이 살해한 장면이 담겨있다. 딘은 영문도 모른채 해고되고, 금융거래가 끊기고, 아내에게도 의심받으면서 쫓기기 시작한다.

윌 스미스는 신실해보이는 딘 역에 적격이다. 몇번씩 출연을 고사하다 비밀스러운 전 안보국요원 역을 맡은 진 해크만의 연기도 좋다.

영화 마지막, 딘이 자신이 맡았던 사건에 개입된 마피아와 자신을 쫓던 안보국 요원들의 싸움을 붙여 이이제이(以夷制夷)식 전략으로 승리를 거두는 장면은 재치있다. 그렇지만 사실적인 묘사를 위해 2시간동안 그토록 애쓴걸 생각한다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위험천만한 작전.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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