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정때문에」종방…잔잔한 情남기고 아쉬운 이별

  • 입력 1998년 3월 13일 10시 26분


1년 이상 주간시청률 1, 2위를 독차지해온 KBS 1TV의 일일드라마 ‘정때문에’가 13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정때문에’는 지난해 3월부터 줄곧 시청률 40%대를 유지하며 밤9시 뉴스의 시청률을 덩달아 띄워온 KBS의 효자 드라마였다.

경쟁사에서 ‘KBS 밤9시 뉴스가 주간시청률 10위안에 진입할 수 있었던 비결은 ‘정때문에 때문’이라는 자료를 만들어 돌렸을 정도.

‘정때문에’는 ‘당신이 그리워질때’ ‘바람은 불어도’ ‘사랑할 때까지’ 등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KBS 저녁 일일드라마의 맥을 충실히 잇는 드라마였다.

헌신적인 맏며느리, 약삭빠른 취업주부, 억척스러운 장사꾼 등 성격이 제각각인 대가족과 그에 딸린 다양한 등장인물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누구든 극중의 한 명에게는 자기 동일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유도장치였다.

여기에 ‘시청자들을 5분에 한 번 웃기고 10분에 한 번 울리는’ 작가 문영남의 글재주가 보태져 일상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스튜디오 안에서만 뱅글뱅글 돌며 다뤘어도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는 평가.

연기자들의 개성연기도 이 드라마의 성가에 한 몫을 했다. 특히 강부자는 지금까지의 근엄한 이미지를 벗고 우스꽝스러운 헤어스타일에 양 볼에 붉은 연지를 찍은채 “여보세용∼”을 연발하며 온갖 애교를 떠는 늙은 첩으로 나와 드라마의 재미를 더했다.

그러나 본처와 첩이 한 집에서 살게 된다는 비현실적인 설정, “거시기…” “유(you)가 미(me)한테…”하는 식의 튀는 말장난으로 말초적인 재미를 자아내는데 불과했다는 비난도 적지 않았다.

16일부터 ‘정때문에’의 뒤를 이을 드라마는 ‘살다보면’이다. 딸 넷과 아들 하나를 둔 한 가족과 주변인물들을 배경으로 어려운 경제현실속에서 살아가는 서민들의 일상을 그릴 예정. 박지영 박성미 이휘향 등 KBS일일극 단골출연자들이 총출동한다.

아침 드라마 ‘초원의 빛’에서 말로 다하기 어려운 사람의 속내를 가슴 뭉클하게 그려냈던 작가 박지현과 박수동PD가 콤비를 이룬다. 그러나 대가족을 주인공으로 삼은 홈코믹 드라마 성향이 강했던 저녁 일일드라마에서도 그 ‘감동의 물결’전략이 먹힐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김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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