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밤 MBC주최 대선후보 토론회에 나온 신한국당의 이회창(李會昌)대표위원은 『당내 분란이 이대표의 지도력 부족 때문 아니냐』는 질문에 한사코 손을 내저었다.
그러면서 이대표는 『이 정도의 소란은 92년 대선 때도 있었다. 당이 혼란스럽게 보이는 것은 경선후유증에다 3당합당이라는 탄생과정의 문제가 겹쳤기 때문이다. 모두 함께 끌고 나가려면 시끄러울 수밖에 없으며 지도력의 부족처럼 비쳐지지만 민주적인 과정이다』고 말했다.
이에 질문자가 『본인의 지도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말이냐』고 파고들자 『정치에는 형님 아우님 하는 인간관계가 하나의 큰 세력권을 형성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필마단기(匹馬單騎)로 당에 들어왔기 때문에 그런 인간관계를 만들려야 만들 수도 없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지론인 「국민대통합」과 관련, 『요즘 정당이 색깔을 바꿔가면서 비슷해졌지만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양보없이 대치하는 것은 한사람의 총재가 정당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대립을 넘어 우리의 뜻에 동조하는 사람들과 여야 정당의 울타리를 넘어 뭉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질문자가 『동조의 의미가 구체적으로 무엇이냐』고 기습적으로 질문하자 다소 말을 더듬거리다 『계층과 지역 갈등을 극복하고 국민과 민족의 통합을 이루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 이대표가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하자 스튜디오 주변에서 지켜보던 측근들 사이에서 『저렇게 단언해도 되느냐』는 수군거림이 나왔다.
이대표는 거의 모든 질문에 평소의 지론을 「녹음기」처럼 반복한데다 한 질문자와 「다원화 사회」의 개념을 두고 현학적인 논쟁을 벌여 사회자로부터 『토론회가 너무 처진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질문자들도 『분단비용이 통일비용보다 크니까 통일을 해야 된다는 얘기지요』라고 당연한 질문을 하거나 통일비용을 얘기하다 갑자기 KF16기 추락의 문제점을 말하는 등 준비가 부족했다는 게 토론회를 지켜본 관계자들의 중평(衆評)이었다.
〈박제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