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노력형 혜진-착한 혜원 놓고 뜨거운 논쟁

  • 입력 1997년 6월 14일 07시 44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삶을 개척하는 자매를 그린 MBC 「신데렐라」.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드라마에서 최후의 신데렐라는 누가 될지 벌써부터 시청자들의 관심거리다. 목표를 위해 치밀히 준비하고 주저없이 돌진하는 언니 혜진(황신혜). 순박하고 가식없는 혜원(이승연). 시청자는 두 갈래로 나뉜다. 『자기 삶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는 「우리시대의 새로운 여성상」 혜진이야말로 신분상승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측과 『악녀 혜진은 벌을 받고 착한 혜원이 복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 시청자 김정태씨는 PC통신에 띄운 글에서 『가치 판단은 시청자들에게 맡겨라. 현실에서 노력하는 인간이 성공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혜진 편을 들었다. 김혜숙씨도 『현실에서 혜원처럼 노력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살다가는 뒤처지기 쉽다』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박은실씨 등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불쌍한 혜원이 신데렐라가 되어야 한다』는 전통적인 권선징악의 논리를 펴고 있다. 이러한 논쟁은 치밀하고 민첩한 현실감각을 중시했던 삼국지의 조조와 인성과 순리를 우선시했던 유비에 대한 우열논쟁을 연상시킨다. 또 놀부야말로 현실에 적극적으로 맞섰던 노력형 인간이며 흥부는 게으른 주제에 하늘의 도움만을 바란 인간이라는 「흥부전」의 재해석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제작진이 추구하는 결론은 어느쪽도 아니다. 작가 정성주씨는 『결국 「신데렐라는 없다」로 결론을 맺을 생각』이라고 거듭 밝히고 있다. 둘다 재벌2세와 결혼하지 않으며 다른 선택을 통해 『신분상승만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을 전달하자는 것. 그런데 최근 극중에서 이러한 결론의 조짐이 나타나자 시청자들은 또다시 벌떼같이 들고 일어선다. 시청자 안은실씨는 『결국 어느쪽도 재벌과 결혼하지 못한다는 결론자체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벌이 서민과 결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극중 결론은 결국 그러한 현실의 반영일 뿐』이라며 『차라리 처음부터 이러한 신분 콤플렉스를 전해주는 재벌2세를 등장시키지 말아야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남자로 인해 여자의 운명이 결정되는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그리는데 대한 근본적 반발도 만만치 않다. 김미경씨는 『남자와의 결혼이 마치 여자의 운명을 좌지우지 한다는 식으로 여자를 종속적으로 그려서 싫다』고 했다. 〈이원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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