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푸른 바다와 야자수, 그리고 붉은 카펫….
제50회 칸 국제영화제가 7일 오후(한국시간 8일 오전) 화려한 막을 올렸다. 개막식이 열린 팔레(Palais)건물 계단은 이날 오전부터 영화인들을 맞기 위해 붉은 카펫이 깔렸고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 칸은 영화관계자와 기자 및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
반세기를 맞은 이번 영화제에는 세계 각국의 기자 5천여명을 포함해 4만여명이 모여들었다. 칸의 인구가 6만여명이니까 거주 인구의 반을 훨씬 넘는 인파가 영화 축제를 보기 위해 온 것이다.
개막시간인 오후7시 벤츠나 리무진을 탄 영화배우와 감독들이 속속 도착해 관중들의 환호와 박수속에 팔레 대극장에 입장했다. 인상적인 것은 입구 계단 양쪽에 도열한 정복의 군인들. 영화인들은 마치 국가의 수반들처럼 군인들의 호위속에 계단을 올랐으며 대형 스크린이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비춰 영화인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애정을 실감케 했다.
심사위원장인 영화배우 이자벨 아자니는 카메라 플래시의 홍수속에 걸음을 제대로 못걸을 정도. 감독 팀 버튼과 배우 공리 등이 뒤이어 나타났고 개막 초대작 「제5원소」를 연출한 뤽 베송 감독은 주연배우인 브루스 윌리스, 데미 무어 부부와 함께 출연해 박수를 받았다. 개막식 자체는 프랑스의 원로 여배우 진 모로의 개막 선언과 심사위원 소개 등으로 금방 끝나고 「제5원소」의 상영으로 이어졌다.
이날부터 18일까지 계속되는 칸영화제에서는 「가위손」의 배우 조니 뎁이 감독으로 데뷔하는 「용감한 사람(The Brave)」 등 20편이 「황금종려상」을 놓고 경합을 벌인다. 경쟁 부문외에 「주목할만한 시선」 「감독주간」 「비평가주간」 등 다양한 분야의 영화들도 상영된다. 팔레 근처에 있는 호텔과 사무실 아파트 등은 영화를 사고 팔기 위해 모인 세계 여러나라 영화사들의 휘장이 휘날리고 있으며 거리에는 영화 포스터와 광고들이 축제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한국에서는 영화진흥공사와 삼성영상사업단 등이 부스를 마련했다.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참가하고 「종려중의 종려상」 시상식이 있는 11일. 시라크 대통령은 호텔에 묵는 대신 바다에 유람선을 띄울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칸영화제가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 외압이 가장 큰 이유. 당초 경쟁부문에 출품됐던 장예모감독의 「냉정(Keep Cool)」은 중국 정부가 영화의 외부반출을 금지하고 장감독의 신변을 암묵적으로 위협함으로써 경쟁부문에서 빼기로 최종 결정됐다. 이란의 아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체리맛」도 같은 이유로 탈락됐었다.
〈칸〓신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