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사건 많았던 96가요계…자살-표절시비로 『얼룩』

  • 입력 1996년 12월 25일 20시 19분


「許 燁 기자」 96 가요계는 양적 성장에 비해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내는 사건들이 많았다. 수십만장 판매가 예사로운 시장이지만 가수나 음반판매의 관리는 전근대적인 방식에서 못벗어나 가수의 자살, 판매량 축소, 한탕주의에 물든 표절시비, 음반유통업계의 세무조사 등 사건들이 잇따랐다. 새해 첫날 발생한 가수 서지원의 자살은 인기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어린 가수의 비극이라는 점에서 국내 스타관리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또 인기 절정의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이 돌연 은퇴를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수 있다. 잇따른 표절시비는 음악적 평가나 가수의 장래를 도외시 한채 단발성 히트에만 매달리는 「한탕주의」의 현주소를 드러냈다. 표절파동을 겪은 그룹 「룰라」나 가수 김민종은 활동중단을 선언하는 불명예를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PC통신 음악팬들의 표절 고발이 새로운 대안의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세계 11위 규모인 국내 시장에서 음반판매량이 아직도 공개되지 않는 것은 시급히 개선해야할 문제점. 이와 관련, 연말 가수들의 인기순위를 두고 시비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고 최근에는 10여개 음반도매상들이 세무조사를 받은 끝에 탈세혐의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추징금을 물기도 했다. 가요계에서는 유난히도 「사건」이 많았던 올해를 『양적 성장에 걸맞은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부각된 해』라면서 『이같은 문제에 대응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유사한 사건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편 음악적 측면에서 본다면 올해 가요계는 댄스 음악의 기세가 수그러지는 가운데 장르가 다양해졌고 중견가수들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특히 이문세 인순이 등이 후배들과 경쟁을 벌이면서 성인취향의 음악시장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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