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김모 씨(41)는 최근 마트에서 미국산 돼지고기를 구매했다. 김 씨는 “그동안 아이들에게 국내산 돼지고기만 먹였는데, 요즘은 식비 절약을 위해 수입산 돼지고기도 장바구니에 넣고 있다”고 했다.
고물가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돼지고기 소비를 늘리고 있다. 이에 돼지고기 수입량이 올해 월평균 4만 t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따르면 올해 1~5월 돼지고기 누적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16.5% 증가한 23만5000t으로 집계됐다. 월평균으로는 4만7000t으로, 지난해 월평균 수입량(3만7500t)보다 약 25% 늘었다. 특히 올해 4월에는 돼지고기 수입량이 5만6641t으로 기존 월간 최대치였던 2025년 5월(5만6228t)을 넘어섰다.
국가별로는 미국산 비중이 30%로 가장 많았으며, 스페인산(28%)이 근소한 차이로 2위였다. 캐나다와 독일, 네덜란드가 뒤를 이었다. 부위별로는 삼겹살이 45%로 가장 많으며, 앞다리(40%)와 목심(9%) 순이다.
수입 돼지고기 수요가 늘어난 배경에는 국산 돼지고기 가격 부담이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6월 국내산 삼겹살의 100g당 소비자가격은 전년 동월(2693원) 대비 7% 오른 2881원이다. 반면 수입 냉동 삼겹살은 1년 전보다 2% 오른 1519원으로 상대적으로 상승 폭이 작았다. 돼지고기 1kg을 산다고 했을 때 국내산 냉장 삼겹살은 2만8810원, 수입 냉동 삼겹살은 1만5190원으로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지게 된다.
대형마트는 수입 돼지고기를 100g당 1000원 이하로 파는 행사를 자주 진행하고 있다. 고물가로 압박을 받는 소비자들이 이를 구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8일까지 수입 돈육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에서도 수입 돼지고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7% 늘었다.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 강세는 공급 감소와 계절적 수요 증가가 함께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구제역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 등 가축 질병과 기록적인 폭염으로 돼지 농가가 피해를 입었다. 올해 5월까지 누적 돼지 출하두수와 돼지고기 생산량은 전년보다 각각 1.9%, 1.6% 줄었다.
한국 특유의 소비 구조도 삼겹살 가격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돼지 한 마리에서 나오는 삼겹살 물량은 제한적인데, 가정과 외식 시장 모두 구이용 삼겹살과 목살을 선호하면서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돼지고기는 비교적 부담이 적은 서민 단백질로 여겨졌으나 최근 가격이 급등하며 국내산 선호의 가격 저항선이 흔들리고 있다”며 “수입산에 대한 심리적 장벽도 낮아진 만큼 수입 물량은 당분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