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계산 후 거스름돈을 받고 있다. 2026.01.23. 뉴시스
3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는 중동 전쟁의 영향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2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석유류 가격이 20%대 상승률을 보인 데다 항공료 등도 크게 오르면서 고유가 충격이 전방위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1% 상승했다. 작황 부진의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올랐던 2024년 3월(3.1%)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으로 2년 2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섰다. 올 2월 2.0%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중동 전쟁 발발 이후인 3월 2.2%, 4월 2.6%로 오른 데 이어 한 달 만에 0.5%포인트 뛰었다.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물가를 끌어올렸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전년 대비 24.2% 상승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였던 2022년 7월(35.2%) 이후 가장 많이 올랐고, 두 달 연속 20%대 상승률을 보였다.
휘발유와 경유가 각각 23.1%, 33.3% 올랐다. 이 역시 2022년 7월(25.5%, 47.0%) 이후 상승 폭이 제일 컸다. 등유 가격 상승률은 2023년 2월(27.1%) 이후 가장 높은 21.7%였다.
국제 유가 상승의 영향은 석유류를 원재료로 쓰는 품목들로 확산되고 있다. 유류할증료가 오르면서 국제항공료는 전년 대비 33.5% 올랐다. 1995년 통계 집계 이래 최대 상승 폭이다. 국내항공료도 25.9% 올랐다. 엔진오일교체료(14.0%), 세탁료(11.3%) 등도 4월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 유류세 인하 등의 조치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6%포인트 완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정책적 노력이 없었다면 물가 상승률은 3.7% 정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두원 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다음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중동 전쟁 양상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그동안 상승했던 국제 유가가 가공식품이나 외식에 얼마나 전이되느냐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연휴 기간 여행 수요가 늘면서 해외단체여행비(26.3%), 승용차 임차료(25.7%) 등 여행 관련 품목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이 영향으로 개인서비스 중 외식 제외 서비스 물가가 전년 대비 4.4% 올랐다. 축산물(5.8%)과 수산물(5.0%) 상승 폭이 커지며 농축수산물(2.2%)은 3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소비자가 자주 구입하는 품목으로 구성돼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3% 올랐다. 2024년 4월(3.6%) 이후 2년 1개월 만에 상승률이 가장 컸다. 지난달 28일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2%에서 2.7%로 상향 조정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생활물가지수 상승 폭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현재 추이로 봤을 때 물가 상방 압력이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3%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이달 물가 상승률도 5월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며 “유가 충격이 다른 부문으로 파급되면서 물가상승률이 당분간은 3%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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