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돈 먼저 갚았다간”…한정승인 뒤 꼬이는 ‘빚 정리’ [상속리포트]

  • 동아닷컴

한정승인 이후 상속재산 정리와 채무 변제 절차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한정승인 이후 상속재산 정리와 채무 변제 절차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법원 결정만 받으면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40대 A 씨는 부친 사망 이후 빚이 재산보다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한정승인을 신청했다. 상속받은 재산 범위 안에서만 채무를 부담하면 된다는 설명을 듣고 안도했지만, 이후 예상하지 못한 절차들이 이어졌다.

채권자 공고부터 상속재산 목록 작성, 차량 처분, 예금 정리, 채권자 안분배당 문제까지 사실상 직접 상속재산 정리 절차를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는 한정승인을 ‘빚을 떠안지 않는 안전장치’ 정도로 간단히 설명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법원 결정 이후에도 상속인이 직접 처리해야 하는 절차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법률구조공단 본부 조정사업부장 최무영 변호사는 “실제 상담 현장에서는 한정승인을 법원 결정만 받으면 끝나는 절차로 오해하는 사례가 많다”며 “채권자 공고 이후 절차를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피상속인과 왕래가 거의 없었거나, 채무뿐 아니라 적극재산도 많은 경우에는 상속재산 목록 작성 자체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 “한정승인 결정 뒤가 더 중요”…채권자 공고·재산 목록 작성해야


민법 제1032조에 따르면 한정승인을 받은 상속인은 원칙적으로 5일 이내에 한정승인 사실과 채권 신고 기간 등을 공고해야 한다. 실무에서는 신문 공고 방식 등이 활용된다.

다만 공고 기간이 지났거나 일부 절차가 누락됐다고 해서 곧바로 한정승인 효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최 변호사는 “한정승인 이후에는 상속재산 목록 작성과 채권자 확인 절차가 중요하다”며 “상속인 금융거래 조회나 부동산 조회 등을 통해 재산·채무 내역을 최대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피상속인의 개인 간 채권·채무 관계를 누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가족이나 지인 사이 돈거래, 차용증 등 사적 채무 관계를 제대로 기재하지 않아 뒤늦게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최 변호사는 “단순 실수로 일부 채무가 누락된 경우에는 한정승인 효력 자체에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고의 누락으로 판단될 경우에는 민법 제1026조 제3호에 따라 ‘법정단순승인’으로 간주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특정 채권자 먼저 변제하면 문제될 수도


상속인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 중 하나는 특정 채권자에게 먼저 돈을 갚는 경우다.

예를 들어 가까운 친척이나 지인 채무를 먼저 갚거나, 상속재산 일부를 임의 처분하는 경우 이후 다른 채권자들과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최 변호사는 “한정승인 이후에는 채권자별 채권액 비율에 따라 안분배당을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채권자에게 우선 변제한 경우 추후 소송 과정에서 한정승인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위험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경우 결과적으로 상속인 개인 재산으로 피상속인의 채무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무에서는 채권자 수가 많거나 채권액 배분이 복잡할 경우 상속재산 상당 금액을 공탁하는 방법이 활용되기도 한다.

● “한 명은 한정승인, 나머지는 상속포기” 방식도 활용

실무에서는 상속인 중 1명이 한정승인을 하고 나머지 가족이 상속포기를 하는 방식도 자주 활용된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는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가 공동상속인인 경우 성인 배우자가 한정승인을 하고 자녀들이 상속포기를 하는 형태나, 자녀들 가운데 절차 진행이 가능한 1인이 한정승인을 맡는 방식 등이 많이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속인마다 상속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이 다를 경우 상속포기·한정승인 신청 기간 계산이 달라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9다232918)에 따르면 친권자인 배우자가 상속 개시 원인을 알게 된 날이 미성년 자녀가 안 날로 판단될 수 있다. 배우자가 시기를 놓칠 경우 미성년 자녀의 상속포기 기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또 한정승인 역시 조건부 상속의 일종이기 때문에 적극재산이 채무보다 많을 경우에는 상속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최 변호사는 “상속재산과 채권 관계가 복잡하거나 채무 규모가 큰 경우에는 상속재산파산 절차를 고려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유족 입장에서는 혼자 판단하기보다 최대한 빨리 전문가 도움을 받아 절차를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팩트필터|“한정승인 했는데 끝이 아니었다”…확인해야 할 5가지

· 한정승인 결정 이후 채권자 공고를 했는가
→ 채권 신고 절차 진행 필요

· 상속재산 목록을 정확히 작성했는가
→ 금융조회·부동산 조회 필요

· 개인 간 채권·채무도 확인했는가
→ 지인 간 차용증·사적 채무 누락 주의

· 특정 채권자에게 먼저 변제하지 않았는가
→ 안분배당 원칙 문제될 수 있음

· 직접 정리가 어렵다면 추가 절차를 검토했는가
→ 공탁·상속재산파산 등 고려 가능

#한정승인#상속포기#상속재산파산#상속채무#상속재산 목록#채권자 공고#안분배당#상속 리포트#상속 절차#대습상속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