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끊긴 노포 떡집-대장간, 맞춤 경영지원으로 매출 살아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5월 29일 00시 30분


보증기관서 자영업 해결사로 서울신용보증재단 역할 진화
단골손님만 찾던 은평구 대장간… 온라인 홍보 후 매출 32% 뛰어
폐업 고민 20년 떡집도 재기 꿈
중장년 디지털 전환 우수기업
평균 매출 상승 63%… 22배 대박도
연령 제한 폐지, 65세 이상도 신청

박창희 다름떡방 대표. 서울신용보증재단 제공
박창희 다름떡방 대표. 서울신용보증재단 제공
수십 년 동안 뜨겁게 달군 쇠를 두드리며 칼과 농기구를 만들어 온 서울 은평구의 ‘불광대장간’. 이곳의 박상범 대표(57)는 최근 스마트폰 화면을 보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평생 매장을 찾는 단골손님만 바라보며 장사를 해왔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전국 각지에서 들어오는 온라인 주문을 확인하느라 손길이 바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손님의 발길이 뜸해 걱정이 컸지만 온라인 판매와 홍보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매출이 32%나 뛰었다. 수십 년 역사의 노포가 ‘디지털 전환’을 통해 새로운 살길을 찾은 것이다.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 속에서 소상공인의 ‘생존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좋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자금 조달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온라인 판로 개척, 데이터 분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가 생존을 가르는 시대가 됐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소상공인의 곁을 지켜온 서울신용보증재단의 역할도 진화하고 있다. 과거 담보 능력이 부족한 자영업자를 위해 자금을 지원하던 금융 지원 기관에서 이제는 자영업 현장의 다양한 문제를 함께 진단하고 체질을 바꾸는 ‘해결사’로 도약하고 있다.

● 쇳물 붓던 대장간도 온라인으로… 중장년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지원

박상범 불광대장간 대표. 서울신용보증재단 제공
박상범 불광대장간 대표. 서울신용보증재단 제공
재단의 대표 경영 지원 사업인 ‘중장년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지원’은 온라인이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 소상공인의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돕는 현장 밀착형 지원 사업이다. 전문가가 직접 매장을 방문해 디지털 활용 수준과 경영 환경을 진단하고 온라인 판로 개척, 배달 앱 운영, SNS 마케팅 등 맞춤형 솔루션을 제안한다.

지원은 컨설팅에서 끝나지 않는다. 소상공인 스스로 디지털 활용에 능숙해질 수 있도록 디지털 역량 수준별 기초·심화 교육을 제공한다. 또한 온라인 쇼핑몰 구축 비용, 디지털 메뉴판 제작, 광고 콘텐츠 제작, 예약 시스템 도입 등에 필요한 비용을 최대 300만 원까지 지원한다.

박 대표는 “다들 인터넷 판매를 권유했지만 혼자서는 판매 페이지를 만드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며 “재단의 디지털 전환 지원 덕분에 지금의 스마트스토어를 만들어 온라인 판로를 개척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 지원 이후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온라인 시장에 대한 자신감도 붙어 아마존이나 이베이에 입점해 ‘K대장간’의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새로운 목표도 세웠다.

박 대표와 같이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중장년 소상공인은 2023년 사업 시작 이후 지금까지 총 1050명에 달한다. 디지털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중장년층이 재단의 지원을 통해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디지털 전환이 매출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분석 결과도 확인됐다. 재단이 최근 발표한 ‘서울시 경영 지원 사업 효과 분석’에 따르면 중장년 디지털 전환 지원 사업 참여 업체는 미참여 업체보다 1년 후 연 매출 증가율이 12.6%포인트 더 높았다.

5월 재단이 선발한 ‘디지털 전환 우수기업’들의 지원 후 연평균 매출액 상승률은 63.5%에 이르며 이 중에는 최고 2290%의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기록한 소상공인도 있다.

모든 업종과 업력에서 매출 증대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난 가운데, 음식점업과 사업 초기 소상공인에서 효과가 더욱 두드러졌다.

음식점업 참여 업체의 매출 증가율은 14.8%, 창업 3년 미만 초기 소상공인 역시 22.0%의 매출 성과가 나타났다.

디지털 전환이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잇따르자 재단은 모집 대상과 지원 규모도 확대했다. 기존 ‘만 40세 이상 65세 이하’로 제한됐던 연령 조건의 상한을 폐지해 65세 이상도 신청할 수 있도록 개선했으며 지원 규모 역시 연간 250명에서 500명으로 두 배로 확대했다. 재단은 더욱 많은 소상공인이 디지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밀착 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 20년 골목 떡집의 SOS 포착… 위기 소상공인 조기 발굴 및 선제 지원

재단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업체뿐 아니라 ‘위기 징후’를 보이는 소상공인도 조기에 발굴해 돕고 있다.

‘위기 소상공인 조기 발굴 및 선제 지원 사업’은 매출 감소와 다중 채무, 고금리 대출 등 위험 신호를 보이는 소상공인을 데이터 기반으로 선제 발굴해 지원하는 사업이다. 전문가가 현장에서 상권 흐름과 비용 구조, 매출 감소 원인 등을 분석한 뒤 메뉴 개선, 원가 절감, 매장 운영 효율화, 마케팅 전략 등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한다. 필요할 경우 대출 갈아타기나 폐업 지원 프로그램과도 연계한다.

강동구에서 20년째 ‘다름떡방’을 운영하는 박창희 대표(73)는 코로나19 여파로 폐업까지 고민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재단의 위기 소상공인 조기 발굴 프로그램을 통해 컨설팅을 받게 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박 대표는 재단의 지원으로 당장 매달 상환이 부담되던 대출금을 정리한 뒤 1년 거치 후 분할로 상환하는 ‘대출 갈아타기 지원(대환대출 보증)’을 받았다.

재단은 보증 지원에 그치지 않았다. 다름떡방이 다시 손님을 불러 모을 수 있도록 전문가를 현장에 투입해 상권 흐름과 비용 구조, 매출 감소 원인을 하나하나 짚어냈다. 이어 박 대표가 오랫동안 바랐던 홍보용 팸플릿과 포장 띠지 디자인을 개선하고 솔루션 이행 비용 300만 원을 지원해 실물 제작까지 마무리하며 경쟁력 회복에 힘을 보탰다. 박 대표는 “한 달 버티는 것도 벅찼는데 먼저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 함께 해보자’고 이끌어줘 큰 힘이 됐다”며 “앞으로도 어려움을 겪는 가게들을 많이 발굴해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재단은 박 대표 같은 위기 소상공인 3037개 업체를 지원했다. 업체별로 1 대 1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그 결과를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업체당 300만 원의 이행 비용을 지원해 광고 홍보, 환경 개선 등에 활용하도록 했다.

그 결과 다중 채무로 어려움을 겪던 참여 업체들의 제2금융권 대출 감소율은 17.6%, 신용도 개선율은 27%에 달해 재단 지원이 단순 위기 대응을 넘어 경영 안정에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음식점업과 창업 초기 소상공인에게서 매출 증대 효과가 두드러졌다. 음식점업 참여 업체의 매출 증가율은 5.9%로 금융 지원만 받은 업체(-0.3%) 대비 6.2%포인트 높게 나타났으며, 창업 3년 미만 초기 소상공인의 경우 매출증가율이 19.8%로, 금융 지원만 받은 업체(8.4%) 대비 11.4%포인트 높아 창업 초기 경영 위기 극복에 효과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 금융 지원에 경영 지원 더하자 매출도 달라졌다… 매출액 상승 3.2%포인트 높아

불광대장간 블로그 홍보 모습.
불광대장간 블로그 홍보 모습.
이처럼 서울신용보증재단은 중장년 디지털 전환과 위기 소상공인 선제 지원 등 현장 밀착형 지원을 통해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이 외에도 재단의 소상공인 경영지원사업에는 창업 교육과 창업 컨설팅, 현장 멘토링, 자영업 클리닉, 새 길 여는 폐업 지원, 서울형 다시서기 프로젝트 등 창업부터 성장, 위기 극복, 재도전까지 소상공인의 ‘전 과정’을 함께하는 단계별 맞춤 지원이 마련돼 있다. 사업 신청과 세부 내용은 서울시 소상공인 종합지원 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재단은 소상공인들이 경영 위기를 혼자 감당하기보다 전문가와 함께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단순한 자금 지원만으로는 매출 감소와 고객 이탈 등 현장의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컨설팅, 현장 멘토링, 상권 분석, 디지털 전환, 온라인 홍보 등 경영 지원을 함께 연계해 점포 경쟁력을 높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금융(자금) 지원과 경영 지원을 함께 받은 업체의 연 매출 증가율은 금융 지원만 받았을 때보다 3.2%포인트 높아 자금만 지원하는 것보다 영업 방법과 환경을 함께 바꾸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지원과 경영 지원을 함께 받는 업체도 꾸준히 늘고 있다. 월평균 연계 지원 업체 수는 2024년 6387개에서 2025년 7837개로 22% 증가했다.

박장혁 서울신용보증재단 사업전략부문 이사는 “그동안 소상공인 지원은 급한 불을 끄는 역할에 집중해 왔지만 지금과 같이 소비 환경과 상권 변화 속도가 빠른 상황에서는 자금 지원만으로는 소상공인의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재단은 왜 손님이 줄었는지, 어떤 방식으로 가게를 바꿔야 하는지 진단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자금·컨설팅·교육·솔루션 이행 비용 지원을 함께 연계하는 소상공인 종합지원기관의 역할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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