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삼성 TV “제조서 플랫폼으로”… 새 수장에 이원진 발탁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5월 5일 01시 40분


VD사업부장 원포인트 전격 교체
中 거센 추격에 실적 악화 비상… 李, 구글 출신 SW-플랫폼 전문가
22년만에 非개발 출신 수장 기용… SW 기반 새 수익 모델 전략인듯

삼성전자가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신임 수장에 구글 출신의 소프트웨어·플랫폼 전문가 이원진 사장(59·사진)을 전격 발탁했다. 사장단 인사를 ‘원포인트’로 실시한 것은 2024년 전영현 부회장 구원 등판 이후 2년 만이며, 비(非)개발 출신 VD 수장은 2004년 최지성 전 부회장 부임 이후 22년 만이다. 중국의 저가 공세로 한계에 직면한 TV 사업의 돌파구를 ‘하드웨어 제조’가 아니라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에서 찾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 “변화 못 하면 도태”… 경영진단 이은 초강수 쇄신

4일 삼성전자는 신임 VD사업부장(사장)에 이원진 글로벌마케팅실장(사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기존 용석우 VD사업부장(사장)은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보좌역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이번 인사는 노태문 DX부문장(사장)이 결정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보고한 뒤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고강도 경영진단을 실시한 VD사업부는 일부 저수익 가전제품의 외주화 확대 등 대대적인 쇄신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1분기(1∼3월)까지도 뚜렷한 실적 반등이 이뤄지지 않자 인사철이 아닌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즉각 인사 조치까지 단행했다. 다른 사업부들을 향해서도 “위기 시 변화하지 못하면 언제든 인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VD사업부는 중국의 거센 추격에 고전 중이다. 매출 기준으로는 20년 연속 1위지만 2023년 30.1%였던 점유율이 지난해 29.1%로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TCL과 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들의 합산 점유율은 20%를 훌쩍 넘어서며 삼성전자를 턱밑까지 압박했다.

실적 악화도 이어졌다. 영상디스플레이·생활가전 사업부 실적은 지난해 3분기 1000억 원, 4분기 6000억 원의 대규모 영업적자를 냈다. 올 1분기 2000억 원 흑자로 돌아섰지만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했다. 올해 2분기(4∼6월)부터 반도체 가격 인상 등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경우 수익성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 22년 만의 비개발 수장… ‘플랫폼 수익 극대화’ 사활


이번 인사를 통해 VD사업부의 무게 중심은 하드웨어 기술력에서 마케팅·플랫폼 등 소프트웨어로 옮겨 갈 것으로 보인다. VD사업부는 최지성 전 부회장의 후임인 윤부근 전 부회장이 수장으로 선임된 2007년 이후 20년 가까이 개발팀장(엔지니어) 출신이 이끌어 왔다. 화질 등 하드웨어 기술 격차를 통해 세계 1위를 수성해 온 것.

반면 구원투수로 등판한 이 신임 사업부장은 미국 퍼듀대 전자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받긴 했지만 엔지니어가 아니라, 구글코리아 대표 겸 구글 북미 광고솔루션 부사장을 지낸 마케팅 및 플랫폼 분야의 전문가다. 그는 2014년 삼성전자에 영입된 직후 스마트 TV의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FAST) 서비스인 ‘삼성 TV 플러스’를 기획해 글로벌 핵심 사업으로 안착시켰다. 이 서비스는 2021년 이미 매출 1조 원을 넘기며 막대한 고수익을 창출해 VD사업부 내 핵심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했다. 업계에서는 결국 삼성이 소프트웨어 기반의 미디어 생태계 확대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한다.

삼성전자 측은 “이 사장이 풍부한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턴어라운드를 주도하고 TV 사업의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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