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오픈마켓 불공정 약관 시정
개인정보 유출 책임 회피 조항부터
판매대금 정산 보류-적립금 소멸 등
11개 유형 중 쿠팡 8개 해당 ‘최다’
지난해 발생한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때 이른바 ‘무책임 약관’으로 논란이 된 오픈마켓 플랫폼의 불공정 약관 조항들이 대거 수정된다. 자의적으로 입점업체에 판매대금 정산을 미루거나 이용자 탈퇴 시 유상으로 충전한 페이머니 잔액까지 소멸할 수 있도록 한 약관도 바뀐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 네이버, 컬리, SSG닷컴, G마켓, 11번가, 놀유니버스 등 7개 주요 오픈마켓 사업자의 이용약관을 심사해 11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을 시정했다고 밝혔다. 사업자별로는 쿠팡이 8개 유형에 해당해 가장 많았다.
SSG닷컴을 제외한 6개 사업자는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된 책임을 부당하게 면하거나 이용자에게 전가하는 조항을 두고 있었다. 예를 들어 쿠팡은 약관에 “제3자의 불법적인 접속 등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 조항은 지난해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당시 책임 회피용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구팡 본사 모습. 뉴스공정위는 오픈마켓 사업자가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관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이용자에게 모두 떠넘겼다고 봤다. 또 해킹,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경우 개인정보처리자가 고의·과실이 없다는 점을 입증하지 않으면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없게 한 개인정보보호법과도 배치된다고 판단했다.
입점업체에 판매대금을 정산하는 시점을 부당하게 늦출 수 있게 한 약관도 시정 대상이 됐다. 쿠팡은 신용카드 부당 사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최대 60일 동안 결제금액 지급을 보류할 수 있게 했다. 컬리는 고객 환불, 교환 등에 대비해 판매대금의 일부를 일정 기간 예치한다고 약관에 명시했다. 11번가는 판매자와 소비자 간 분쟁이 발생할 때 종결 시까지 정산을 미룰 수 있고, 이때 대금 보류로 인한 이자 발생이 없다는 약관을 뒀다. 공정위는 약관 내용이 지나치게 광범위해 플랫폼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대금 정산이 미뤄질 수 있다고 봤다.
쿠팡은 2020년 8월부터 회원 탈퇴 시 소진되지 않은 전자지급수단을 일괄 소멸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을 운영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무상으로 지급된 쿠팡캐시는 물론이고 유상으로 충전한 쿠페이머니가 포함됐다. 공정위 지적에 따라 쿠팡은 탈퇴 시 소멸시킬 수 있는 전자지급수단의 범위를 무상 지급된 것에 한정하도록 약관을 고치기로 했다. 이용자 동의 없이 결제 수단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거나 구독료 결제 주기에 따라 환불 조건을 부당하게 차별한 것은 쿠팡이 유일했다.
7개 오픈마켓 사업자 모두 불공정 약관을 자진 시정하기로 했다. 공정위에 시정안을 제출한 데 이어 빠른 시일 내 약관을 고쳐 증빙자료를 제출할 방침이다. 불공정 약관에 대한 과징금 규정은 없지만 공정위의 시정권고와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면 검찰 고발까지 가능하다. 곽고은 공정위 약관특수거래과장은 “현재 진행 중인 약관 개정 절차는 다음 달 초 완료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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