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버즈(Allbirds) 로고 뒤로 주가 상승 그래프가 나타나 있다. 회사가 AI 사업 전환을 선언한 뒤 하루 만에 주가가 582% 급등했다. Getty Images
친환경 운동화 브랜드 올버즈(Allbirds)가 인공지능(AI) 사업 전환을 선언하자 하루 만에 주가가 582% 급등했다. 신발 회사가 AI 인프라 기업으로 방향을 틀겠다고 밝히자 투자금이 몰린 것으로, 기업의 실적이나 사업 역량보다 ‘AI’라는 이름에 시장이 반응한 사례로 해석된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올버즈는 사명을 ‘뉴버드 AI(NewBird AI)’로 변경하고, AI용 고성능 서버를 구축해 기업에 연산 능력을 제공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임대 서비스’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AI 모델 학습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외부에 판매하는 구조다. 발표 직후 주가는 전일 종가(2.49달러) 대비 582% 급등한 16.9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버즈는 2015년 설립된 친환경 신발 브랜드로, 메리노 울과 유칼립투스 섬유 등 자연 소재 제품으로 성장했다. 기업가치는 한때 40억 달러에 달했지만, 수요 둔화와 경쟁 심화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다. 최근 브랜드와 지식재산권(IP)을 약 3900만 달러에 매각하며 기존 사업을 사실상 정리하면서, 회사는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 놓였다. ● 신발 회사가 AI 인프라로…전문성·자본 모두 ‘물음표’
이 같은 상황에서 꺼내든 카드가 AI 인프라 사업이다. 회사는 약 5000만 달러 규모 전환사채를 통해 GPU 장비를 확보하고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다만 친환경 소재 기반 신발 사업과 AI 컴퓨팅 인프라 사이에는 기술적 접점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시장의 시선은 냉정하다.
특히 수십조 원 단위 투자가 이뤄지는 AI 인프라 시장에서 5000만 달러는 경쟁력 확보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애널리스트는 이를 두고 “양동이에 물 한 방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 닷컴·블록체인 이어…‘이름 갈아타기’ 반복
그럼에도 투자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시장에서는 기업의 실질 가치보다 ‘이야기’가 주가를 움직이는 전형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데이브 마자 런드힐 투자 최고경영자는 “AI로 방향을 틀었다는 내러티브 변화 자체가 개인 투자자의 매수 심리를 자극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진한 기업이 유행하는 기술 테마로 사업을 전환하며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은 과거에도 반복돼 왔다. 닷컴 버블 당시 기업들이 인터넷 기업으로 간판을 바꿨고, 이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열풍 속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이어졌다. 음료 회사였던 롱아일랜드 아이스티가 ‘블록체인’으로 사명을 바꿔 주가가 급등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 “상장 자체가 자산”…껍데기 기업의 재활용
이번 사례는 상장사 지위 자체가 하나의 ‘자산’으로 활용되는 구조도 보여준다. 신규 상장은 절차가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반면, 기존 상장사를 활용하면 비교적 빠르게 새로운 사업을 시장에 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이 리터 미국 플로리다대 금융학 교수는 “상장 자체가 자산”이라며 “역합병 등으로 시장에 진입한 기업들은 대체로 투자 성과가 좋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알고리즘 기반 투자 자금도 주가 변동성을 키운다. 특정 키워드(AI)나 거래량 급증을 포착해 자동으로 매수하는 ETF 및 퀀트 자금이 유입되면서 상승 폭이 확대되는 구조다. 맷 말리 밀러 타박 수석 시장 전략가는 “이 같은 움직임은 시장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신호”라며 “투자자들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례가 사업 전환이라기보다 자금 조달을 위한 주가 부양 전략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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