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대전환, 승부처는 ‘데이터’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4월 16일 04시 30분


㈜에이치에너지

함일한 대표
함일한 대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오가는 이 길목이 흔들릴 때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 이상인 한국 경제에는 어김없이 경고등이 켜진다. 반세기가 지나도 에너지 밸브의 주도권은 여전히 외부에 있다.

재생에너지가 해법으로 주목받지만 설비 확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최근 블랙록·맥쿼리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국내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빠르게 선점하고 있다. 업계의 시선은 이제 ‘발전소를 누가 짓느냐’에서 ‘데이터를 누가 쥐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함일한 에이치에너지 대표는 이 흐름을 일찌감치 읽었다. 포항공대 산업경영공학과 겸직교수이기도 한 그는 “발전소는 우리 땅에 있어도 이를 움직이는 두뇌가 외부에 있다면 진정한 에너지 안보는 불가능하다. 데이터 주권이 곧 에너지 주권”이라며 재생에너지 산업의 본질을 건설업이 아닌 데이터 산업으로 규정한다.

국내 태양광발전소 대부분은 설치 이후 체계적인 관리 없이 방치되곤 한다. 발전량이 줄어도 날씨 탓인지 설비 이상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에이치에너지의 AI 기반 태양광 자산관리 플랫폼 ‘솔라온케어’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전국 5800여 개 발전소의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분석해 장애 발생 시 AI가 원격으로 원인을 파악하고 조치 계획을 수립한다. 발전소별 전류·전압 곡선을 AI가 이미지로 학습해 5가지 고장 유형을 90.9%의 정확도로 원격 판별해낸다.

운영의 속도와 효율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현장 점검 및 이상 조치까지 평균 10.58일이 소요됐으나 솔라온케어 도입 후 평균 4.18시간으로 단축됐다. 발전소 가동 중단에 따른 수익 손실을 최소화한 결과다. 실제로 솔라온케어가 관리하는 발전소의 하루 평균 발전 시간은 3.93시간으로 시장 평균인 3.36시간 대비 약 17% 높다.

가상발전소(VPP) 시장에서도 기술 경쟁력을 증명하고 있다. 올해 도입된 준중앙급전 발전제도와 향후 열릴 실시간 입찰 시장에서는 발전량 예측 정확도가 곧 수익으로 직결된다. 에이치에너지의 1시간 전 초단기 발전량 예측 오차율은 3% 이내다. 함 대표는 “ESS(에너지저장장치)를 얼마나 많이 설치하느냐가 아니라 언제 충전하고 방전할지 결정하는 알고리즘이 VPP 사업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포항공대 최동구 교수팀과 공동 개발한 ‘VPP 최적 입찰 알고리즘’은 2022년 세계 최대 경영과학·운영연구(OR) 학회인 INFORMS의 국제 학술지에 게재되기도 했다. 신규 개발한 알고리즘을 적용한 결과 예측 오차로 인해 발생하던 기회 손실을 45% 가까이 만회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재 에이치에너지는 사업 전 과정을 AI로 연결하는 ‘헬리오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주소를 입력하면 지붕 면적과 방위각 등을 분석해 최적 모듈 배치와 예상 발전량을 산출하는 ‘패스파인더’, 90여 종의 인허가 서류를 처리하는 ‘시냅스’가 핵심이다. 설계, 시공, 운영, 정산으로 이어지는 데이터를 끊김 없이 연결해 시공 단계에서 반복되는 고질적 오류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 목표다.

사업 모델도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투자 플랫폼 ‘모햇’을 통해 모집·운영 중인 전체 협동조합 규모는 현재 누적 조합원 수 1만7817명, 누적 투자금 4756억 원, 발전 매출 758억 원을 달성했다. 설비 용량은 293㎿, 발전소는 2363개소에 달한다. 회사는 최대 1400억 원 규모의 신규 펀딩에도 착수하며 B2B 전환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함 대표는 글로벌 자본과의 협력은 피할 수 없더라도 소프트웨어 주도권만큼은 절대 내어줄 수 없다고 강조한다. 독자적인 기술력이 있어야 대등한 파트너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하드웨어 투자는 유치하되 데이터는 우리 손에 있어야 한다”며, 분산 자원을 모아 태산으로 만드는 기술과 데이터를 지키는 역량이 에너지 전환 시대 대한민국의 진짜 자원임을 재차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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