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공계 인재들이 모이는 4대 과학기술원 학생들은 창업보다는 대기업 취업이나 전문직 등 안정적인 진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가정신발전소가 실시한 ‘4대 과학기술원 대학(원)생 창업 실태 및 촉진 요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02명 중 창업을 진로로 선택하겠다는 답변은 10.9%에 그쳤다. 가장 많이 희망하는 진로는 교수나 연구원이 되는 ‘학계·연구기관’으로 39.4%였다. 이어 ‘대기업 취업’(25.5%), ‘전문직’(18.9%), ‘공공부문 취업’(4.6%) 순이었다. 일반 취업 및 전문직 비중이 49.0%인 것이다. 4대 과학기술원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다.
막상 이공계 창업이 필요한지 묻는 질문에는 87.8%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한경협은 이처럼 인식과 실행간 간극이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과기원생들이 창업을 꺼리는 이유는 실패에 대한 부담때문이다. 현재 창업을 고려 또는 시도하지 않는 이들은 응답자의 94.4%였고 여기서 28.3%가 ‘실패에 대한 심리적·경제적 부담’ 때문이라고 답했다. 26.4%는 ‘안정적 취업 기회를 포기해야 하는 부담’이라고 했다.김민기 KAIST 교수는 “과기원생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커리어가 보장됐다고 인식하는 만큼 창업 실패에 따른 위험과 기회비용을 더 신중하게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국내 창업 환경이 해외 선진국보다 열악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응답자의 60.6%는 국내 창업 환경이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창업하고 싶은 국가로는 미국이 64.6%로 가장 높았고 한국은 이어 30.8%였다.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같은 창업가가 한국에 나타날 확률에 대해선 46.1%가 낮다고 봤다. 높다는 25.1%였다.
지상철 고려대학교 세종창업지원센터장은 “창업 과정에서의 실패를 재도전의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망(safety net) 구축이 중요하다”며 “재창업 지원, 학업 복귀 연계, 실패 이력에 대한 제도적 보호 등 리스크를 완화하는 정책이 병행될 때, 학생들의 도전 의지가 실질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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