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지분 확보 경쟁 넘어 조직 문화와 기술력을 갖춘 경영 적임자 선별이 핵심
단기 이익 실현보다는 가상의 영구 주주 관점에서 장기적 가치 보존 역설
상법 개정 등 규제 강화에 대응한 절차적 정당성 확보와 법적 위험 관리 제언
한국의결권자문(KORPA)과 경희대학교 법학연구소는 지난 26일 경희대학교에서 주주행동주의(주주들이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려는 행위)가 확산되는 환경 속에서 이사가 견지해야 할 태도와 대응책을 모색하는 지배구조(Governance, 기업의 경영권을 통제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체계) 세미나를 공동으로 열었다.
이번 자리는 상법 개정과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가 타인의 자금을 관리하는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행동 지침)의 내실화 등 변화하는 자본 시장의 흐름에 맞춰, 이사회가 직면한 주주들의 관여 활동과 경영권 분쟁에 대한 합리적인 대응 지침을 수립하기 위해 마련됐다.
발제자로 나선 정석호 KORPA 대표는 2025년 전 세계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이 297건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정 대표는 “상법 개정으로 이사에게 총주주의 이익을 살필 의무가 명시됨에 따라 이사회는 경영 의사결정의 정당성을 주주들에게 직접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사들이 눈앞의 주당 수익에 매몰되기보다 가상의 영구 주주(단기 차익을 노리지 않고 기업과 운명을 함께하며 영구적으로 주식을 보유한다고 가정하는 주주 모델)의 시각에서 장기적인 가치 증대를 최우선 판단 근거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영권 분쟁을 단순한 주식 확보 싸움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기업을 장기간 책임 있게 운영할 적격 경영 주체(경영을 맡기에 적합한 역량과 도덕성을 갖춘 주체)를 가려내는 과정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권 교수는 특히 기업 문화와 기술적 역량, 대외 협력 관계 등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는 무형 자산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국가 기간산업(국가 경제의 토대가 되는 기초 산업)의 경우 단기 자본의 논리를 넘어 산업 경쟁력 보호를 위한 신중한 가치 판단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병연 한국증권법학회장은 법률의 과도한 개입이 오히려 경영의 자율성과 안정성을 해칠 수 있음을 경계하며, 규제 강화가 진정으로 전체 주주의 권익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입법 과정의 심도 있는 논의를 당부했다.
실무적 대응 방안으로 김준철 다산회계법인 회계사는 이사회 내부에 주주 소통을 전담하는 기구를 설치하고 운영 절차를 체계적으로 문서화할 것을 주문했다. 한태영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이해상충(어느 한쪽의 이익이 다른 쪽의 손해가 되는 상황) 거래 시 미국식 완전한 공정성(지배주주와의 거래에서 절차와 내용 모두 엄격한 정당성을 갖추는 기준)에 준하는 검증 절차를 거치는 것이 이사의 법적 위험을 줄이는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진성훈 코스닥협회 연구정책그룹장은 코스닥 상장사들이 겪는 소통의 한계를 지적하며, 주주가치 제고와 더불어 우호적인 지분 구조를 사전에 확보하는 선제적인 전략 수립이 긴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주주들의 경영 개입이 일상화된 현시점에서 이사회가 단순한 지배권 방어를 넘어 기업 고유의 자산과 미래 가치를 수호하는 파수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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