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연결 기준 매출 93조8000억원, 영업이익 20조1000억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번 영업이익은 분기 사상 역대 최고 실적이다. 2026.01.29 뉴시스
삼성전자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스스로 세웠던 국내 기업 ‘최초’와 관련된 기록을 여럿 바꿨다. 한국 기업사상 첫 연간 매출 330조 원에 도달한 데 이어, 분기 기준으로도 지난해 4분기(10~12월) 첫 20조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반도체 호황과 모바일 신제품 판매 호조가 맞물린 결과다.
특히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인한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이 지속되면서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한국 대표 반도체 기업의 반도체 관련 합산 매출이 처음으로 200조 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가 양산되고, D램 등 기존 메모리 가격과 수요가 동반 상승할 경우 두 회사의 매출이 아니라 영업이익이 300조 원 선에 이를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국내 첫 연매출 330조
29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이 333조6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매출(300조9000억 원)보다 10% 이상 늘어난 수치로, 창사 이래 최대다.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33.2% 늘어난 43조6000억 원으로, 역대 네 번째로 높은 기록을 썼다.
지난해 4분기(10∼12월) 매출과 영업이익 역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였다. 4분기 매출은 93조8000억 원, 영업이익은 20조1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 209% 늘었다. 분기 영업이익이 20조 원을 넘은 것은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이다.
이번 실적 상승의 견인차는 단연 반도체였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44조 원, 영업이익은 16조4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6%, 466% 증가했다. DS 부문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최근 수년간 삼성전자 실적의 발목을 잡은 DS 부문이 완전한 부활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번 역대급 실적 달성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2018년 이후 찾아온 반도체 초호황기에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도 가파르게 올랐다. 지난해 말 기준 D램 가격은 9.3달러로 1년 전보다 589% 상승했고, 낸드플래시의 가격도 같은 기간 176% 올랐다.
삼성전자는 이날 실적 발표회에서 “HBM4, GDDR7 등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통해 고객사로부터 ‘삼성이 돌아왔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역시 대형 고객사 수주에 잇달아 성공하며 본격적인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모바일이나 가전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지난해 4분기 매출 44조3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했다. 다만, 관세 불확실성과 반도체 등 원가 상승 부담이 겹치며 영업이익은 1조3000억 원으로 43%가량 감소했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 사업부는 지난해 갤럭시 S25 시리즈의 판매 호조와 테블릿, 웨어러블 기기 판매 확대에 성공하면서 지난해 4분기 1조9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하지만 TV를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와 생활가전(DA) 사업부는 지난해 4분기 6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영업이익 300조 원 보이는 K반도체”
전문가들은 올해도 AI발 메모리 수요 급증으로 반도체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삼성전자 DS 부문(130조1000억 원)과 SK하이닉스(97조1467억 원)의 합산 매출이 200조 원을 넘긴 데 이어, 올해는 양사의 반도체 영업이익 합계가 300조 원을 웃돌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SK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각각 180조 원과 147조 원을 제시했다. KB증권도 두 회사의 영업이익을 162조(삼성전자)와 132조 원(SK하이닉스)으로 제시하는 등 합산 300조 원 안팎의 전망치를 내놓은 바 있다.
이를 위한 핵심 승부처는 차세대 HBM인 HBM4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두 회사가 진행한 실적 발표회도 HBM4 전략이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1분기 HBM4 양산 및 출하를 시작해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공식화했다. 회사 측은 “올해 HBM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며 “준비된 생산능력은 이미 고객사 계약으로 전량 확보된 상태”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HBM 생산력 극대화에도 불구하고 수요를 100% 충족하기 어려워 일부 경쟁사의 진입이 예상되지만, 품질을 기반으로 주도적인 공급사 지위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1~3월)에도 메모리 가격이 20∼3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메모리 품귀 현상에 따른 공급자 우위 구조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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