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성장률 질주, 투자 더 몰릴듯… 달러 옮겨가면 고환율 지속 우려

  • 동아일보

[세금까지 깎아 환율방어]
美, 3분기 예상 넘는 4.3% 성장
한국은 올해 1% 성장도 자신못해… 내년에도 美>韓 성장 역전 전망
美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은 줄어… 원화가치 추가 하락 부추길 가능성

미국 경제가 3분기(7∼9월)에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이에 힘입어 미국 경제성장률이 올해까지 3년 연속 한국 경제성장률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미국으로의 투자 쏠림을 강화해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美, 3년 연속 韓 경제성장률 웃돌 가능성

미국 상무부는 3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4.3%(전기 대비 연율)로 집계됐다고 23일(현지 시간) 밝혔다. 이는 분기 기준으로 2023년 3분기(4.7%)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3.2%)도 훌쩍 뛰어넘었다. 해당 분기 실적이 1년간 계속 이어지는 것을 가정한 연율 계산을 뺀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은 약 1.1%다.

3분기에 깜짝 성장하면서 올해 미국 경제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2.0% 성장을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3년 연속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앞지를 수 있다. IMF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0.9%로 봤다. 미국 경제는 2023년에는 2.9%, 2024년에는 2.8%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반면 한국 경제는 2023년에 1.4%, 2024년에는 2.0% 성장하며 미국보다 열세였다.

심지어 내년에도 한국 경제성장률이 더 낮을 가능성이 있다. IMF는 미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2.1%,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8%라고 내다봤다.

3분기 깜짝 성장의 주역은 개인 소비였다. 미국 정부의 전방위적 관세 부과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었으나 개인 소비가 3.5% 늘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분기 성장률은 기업과 소비자의 수요가 견고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경제가 버티고 있다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소비 심리 및 고용 시장 악화에도 경제가 전반적으로 견고한 기반 위에 있음을 보여줬고, 이러한 강세는 주로 부유층에서 나왔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위대한 미국 경제 수치는 관세 덕분”이라며 “인플레이션은 없으며, 국가 안보는 훌륭하다”고 밝혔다.

뉴욕 증시도 강세를 이어갔다. 23일(현지 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날보다 0.46% 오른 6,909.79에 장을 마쳤다. 4거래일 연속 상승한 S&P500 지수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올해 들어 38번째 최고치 기록을 다시 썼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16%, 나스닥 종합지수는 0.57% 올랐다.

● 美 경제 강세는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


24일 서울 도심의 한 환전소에 외국인들이 환전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이날 외환 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서며 서울 외환시장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 1449.8원으로 떨어지고 환전소 환율도 1460원대로 내려앉았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24일 서울 도심의 한 환전소에 외국인들이 환전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이날 외환 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서며 서울 외환시장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 1449.8원으로 떨어지고 환전소 환율도 1460원대로 내려앉았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정부의 대책 발표 영향으로 33.8원 하락한(원화 가치는 상승) 1449.8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고환율이 정부의 개입으로 진정되는 분위기이지만 마침 미국 성장률이 강세를 보이자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이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경제 성장세에 기대를 건 투자금이 더 쏠리면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달러 유출이 심화할 것이라는 의미다.

미국 경제 성장세가 뚜렷해져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여지가 줄어드는 점도 환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현재 1.25%포인트인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가 좁혀지지 않게 된다. 미국 기준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되면 달러 수요가 늘어 원화 가치는 떨어지기가 쉬운 것이다. 미국 기준금리 예측 모델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가 24일 전망한 연준의 내년 1월 금리 동결 가능성은 86.7%로 전날보다 약 2%포인트 높아졌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여러 환율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차가 크고, 미국이 투자처로서 가치가 높은 기존의 환경은 변하지 않고 있다”며 “적어도 내년 상반기(1∼6월)까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의 원-달러 환율이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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