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에스펄
표면처리 분체 국내 최초 국산화… 지난 10년간 매출 4배나 급성장
연구 개발에 AI 접목해 R&D 혁신
㈜케이에스펄 신사옥 투시도(2026년 완공 예정). 케이에스펄 제공
K뷰티가 제2의 한류로 자리매김하며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 시장까지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인디 브랜드들의 성공 뒤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ODM(제조자개발생산) 제조 경쟁력과 탄탄한 밸류체인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화장품 원료 분야는 제품의 성능과 감각적 경험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최근 미국 FDA(식품의약국) 승인을 통과한 무기 자외선차단제 전문기업이 주목받으며 소재 혁신이 화장품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결정짓는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40년 기술력으로 글로벌 톱 도약 목표
㈜케이에스펄 연구소 내부 현장.㈜케이에스펄은 1986년 설립 이후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화장품용 표면처리 분체를 국내 최초로 국산화하며 업계의 문을 열었다. 내년이면 창립 40주년을 맞는 이 기업은 현재 화장품용 분체와 무기 자외선차단제 개발·제조·판매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매출 구성은 분체 70%, 무기 자외선차단제 30%이며 특히 자외선차단제 부문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에 소재한 케이에스펄은 지난 10년간 4배의 매출 신장을 기록하며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현재 국내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확보한 것은 물론 프랑스·이탈리아·미국·중국·동남아 등 전 세계 유수 화장품 제조사에 고품질 분체를 공급하며 글로벌 입지를 다지고 있다. 매출액 기준 세계 5위권에 오른 케이에스펄은 10년 내 3위 진입을 목표로 삼고 있다.
김문기 대표는 “일본, 유럽, 미국에서 각각 지역을 대표하는 화장품용 분체 제조사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화장품 소재의 혁신이 곧 제품 혁신을 이끈다는 믿음으로 기능성과 사용감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DA 승인으로 미국 시장 선점
케이에스펄의 가장 큰 전략적 성과는 미국 자외선차단제 시장 공략이다. 미국에서는 자외선차단제가 화장품이 아닌 OTC 의약품(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수출을 위해서는 FDA 시설 등록과 심사 통과가 필수다. 케이에스펄은 이를 예측하고 2017년 OTC 자외선차단제 전용 시설을 완비한 뒤 시설 및 의약품 등록을 완료했고 2023년에는 미국 FDA OTC 실사까지 통과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 화장품 기업들이 미국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던 시기와 맞물려 선제적 투자는 빛을 발했다. SPF 지수가 표기된 자외선차단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려면 FDA 심사를 통과한 시설에서 제조된 원료 사용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케이에스펄은 국내 무기 자외선차단제 시장의 대부분을 선점했으며 해외 수출도 급증하고 있다.
케이에스펄은 올해 5월 인천 남동산업단지 내 신규 제조시설 공사를 착공해 내년 10월경 완공 예정이다. 시설 완공 시 연간 총 5000t가량의 분체와 자외선차단제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기지로서 입지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독자 공정과 AI 접목한 R&D 혁신
케이에스펄의 기술 경쟁력은 무기분체를 용매에 완전 분산시킨 후 단분자막으로 코팅하는 독자 공정에서 나온다. 입자를 개별적으로 분산시킨 상태에서 코팅이 이뤄져 코팅층이 균일하게 형성되고 입자 응집이 최소화된다. 이를 통해 이산화티타늄, 산화아연, 마이카, 합성마이카, 산화철 등 다양한 무기안료가 최종 제형에서 안정적인 분산성과 우수한 사용감을 구현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반 연구 플랫폼을 도입해 R&D 체계를 한층 고도화했다. AI를 활용해 신소재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분산성·코팅 효율 같은 물성을 사전 예측함으로써 연구 속도와 정확성을 높이고 있다. 일본 소재 전문 기업들과의 공동 연구도 강화해 차세대 기능성 파우더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외부 전문기관을 통한 임상 평가 확대와 물성 분석 서비스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기술 혁신과 함께 지속가능 경영에도 힘을 쏟는다. RSPO(지속가능 팜유 생산협의체), RMI(책임 있는 광물 조달 연합) 같은 국제 이니셔티브에 참여하며 책임 있는 소재 사용을 실천하고 ISO 14001 인증을 통해 친환경 생산 체계를 유지한다.
김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지속가능한 밸류체인 구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40년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3위 진입을 목표로 하는 케이에스펄의 행보가 주목된다.
“화장품은 감성 소비재… 트렌드 선점이 승부 가른다”
김문기 ㈜케이에스펄 대표 인터뷰
2019년 경영권을 승계한 김문기 대표는 화학 전공 석사 출신의 2세 경영인으로 내년 창립 40주년을 맞는 케이에스펄을 이끌고 있다. 그가 주목한 것은 K뷰티 열풍이 만들어낸 시장 기회였다. 중국 중심이던 한류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온라인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미국으로 옮겨가며 K컬처가 거대한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이것이 K뷰티 산업에도 강력한 성장 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화장품은 감성의 영역에 있는 소비재”라며 “각국 무역 관계, 팬데믹 같은 대외 변수들이 게임체인저 역할을 했고 운이 따랐다”고 겸손하게 자평했다. 하지만 그는 국내 인디 브랜드들의 돋보이는 활약과 ODM 제조사들의 품질우선경영, 혁신적인 유통·물류 채널 구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트렌드와 고객사 니즈를 발 빠르게 파악해 선투자와 재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백년기업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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