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한달 배드뱅크 난항… ‘7조 연체채권’ 대부업계 참여 부진

  • 동아일보

대부업체 채권, 전체의 절반인데
협약 맺은 업체 빅10 중 1곳 불과
평균 매입가율 놓고 정부와 이견
“지나친 저가 매입, 차라리 폐업”
정부 “인센티브 마련 설득할 것”

이재명 정부의 장기 연체자 빚 탕감을 위한 배드뱅크인 ‘새도약기금’이 출범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가장 많은 연체 채권을 쥔 대부업권과 이견을 좁히지 못해 차질을 빚고 있다. 6조 원이 넘는 연체 채권을 보유한 대부업체들은 “정부가 제시한 헐값에 채권을 넘기기 힘들다”며 버티고 있다.

● 대부업체 “헐값에 넘기느니 폐업하겠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새도약기금 출범 이후 채권을 넘기기로 협약한 대부업체는 12곳이다. 이 중 대부업 상위 10위에 포함되는 곳은 1곳뿐이었다. 상위 30개사 중에서도 4곳만 참여했다.

앞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부업) 상위 10개사가 시장 점유율의 70%를 차지하고 있는데, 협조하겠다는 의사 표명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실제론 대형 대부업체들이 협조하고 있지 않은 셈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에 따르면 대부업권이 보유한 새도약기금의 매입 채권(7년 이상, 5000만 원 이하) 대상은 약 6조7000억 원으로 전체 금융권 보유액의 절반을 차지한다. 카드(1조9000억 원), 은행(1조2300억 원), 보험(6400억 원), 상호금융(6000억 원) 등 개별 업권들 중 가장 크다.

한 대부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협약을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너무 싼값에 연체 채권을 사들이려고 하기 때문”이라며 “차라리 폐업하는 게 낫다고 말하는 업체들도 있다”고 전했다. 대부업체 연체 채권의 평균 매입가율(25%)에 비해 정부가 제시한 비율(약 5%)이 너무 낮다는 주장이다. 매입가율은 채권 매입가액을 채권가액으로 나눈 수치다. 이 관계자는 “상위 업체일수록 보유한 연체 채권 규모가 크다 보니 매각 결정을 쉽게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이용자 감소하는 대부업, 유인책 요구

대부업 시장 규모는 2021년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인하된 뒤 계속해서 줄고 있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 발생한 연체 채권은 차주의 원활한 재기 지원을 위해 매입이 제한돼 대부업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말 98만9000명에 달했던 대부업체 이용자는 지난해 말 70만8000명으로 집계되는 등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새도약기금이 자율 협약으로 운영돼 강제성이 없는 만큼 정부가 빨리 적절한 유인책을 마련해 더 많은 대부업체들의 협약 가입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부업계의 버티기가 길어질수록 채무자들이 빚을 탕감받고 재기할 기회가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업체들은 우수 대부업자들에만 허용되는 은행 자금 차입을 허용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은행 차입은 저축은행, 캐피털 등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보다 금리를 1∼2%포인트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부업체들이 다 협약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의미한 인센티브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계속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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