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골드러시 시대, ‘전-반-데’ 밸류체인에 돈 벌 기회 있다

  • 동아일보

현명한 AI 시대 투자법
1800년대 美 서부 골드러시 당시… 광부보다 작업복-삽 판매자 대박
빅테크기업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 AI 반도체-HBM 기업 눈여겨봐야
올 국내 전력기기 3사 주가 폭등
AI보다 ‘관련 인프라’에 주목할 만… 국내선 ‘소버린 AI’ 투자 ETF 눈길

최근 글로벌 증시를 움직이는 동력으로 ‘인공지능(AI)’이 꼽힌다. 코스피가 전인미답의 경지인 4000의 벽을 넘어설 수 있었던 것도 전례 없는 슈퍼 사이클에 대한 기대감이 ‘반도체 투 톱’의 주가에 반영된 영향이다. 엔비디아가 시가총액 4조 달러의 벽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AI 광풍의 힘이다.

AI 버블론에 대한 찬반 팽팽

일각에서는 오픈AI의 챗GPT를 포함한 AI 서비스가 확실한 매출이나 이익으로 이어지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글로벌 AI 기업에 대한 고평가가 진행 중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특히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 ‘닷컴버블’ 당시 ‘인터넷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 주가가 급등했던 것처럼 사업에 AI라는 키워드만 들어가면 기업가치가 과도하게 오르는 현상도 나타난다고 꼬집는다. 최근 엔비디아가 오픈AI에 투자하고, 오픈AI는 그 자금으로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를 구매하는 모습에 닷컴버블 당시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반면 현재 AI 투자는 닷컴버블과 질적으로 다르다는 의견도 강하다. 흑자를 내지 못하고 기업공개(IPO) 나서는 기업들이 많았던 닷컴버블과 달리 AI 투자는 매그니피센트7(M7) 등 압도적인 실적을 내는 빅테크들이 주도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하이퍼스케일러’는 초대형 클라우드 및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에 비용을 아끼지 않고 있다. AI 인프라, 반도체 등 구조적인 성장이 이뤄지고 있어 AI 산업 전체의 성장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전문가들은 여기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1800년대 미국 서부의 골드러시 당시 금을 캐는 광부보다 튼튼한 작업복(청바지)이나 곡괭이·삽 등을 판매한 이들이 더 큰돈을 벌었던 것처럼 AI 시대에도 빅테크에 인프라와 도구를 파는 기업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분석이다.

AI라는 금광에서 기회를 찾기 위해선 AI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선 AI의 연산과 서비스가 실제로 구현되는 데이터센터가 있다. MS,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며 AI 모델 개발 경쟁에 나서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폭발적인 연산 수요로 대형 서버, 고속 네트워크, 첨단 냉각설비 등 특화된 인프라가 필수다. 이들 기업에 직접 투자할 수도 있지만 국내 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 중에선 TIGER 글로벌 AI 액티브, SOL 미국 AI 소프트웨어 등이 엔비디아, MS 등을 중심으로 오라클, 팔란티어 등 소프트웨어(SW) 기업까지 아우르고 있다.

AI 연산을 위해 사용하는 AI 반도체도 핵심 가치사슬 중 하나다. 과거 그래픽처리장치(GPU)로만 여겨졌던 엔비디아의 반도체가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통해 AI를 학습시키는 데 유리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AI 생태계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수년째 품귀현상을 빚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는 AI 인프라의 핵심이다. 또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연산에 사용되는 메모리반도체도 가치가 중요해졌다. 특히 데이터센터 규모가 커지면서 전력 소모가 적은 메모리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다양한 종목, ETF 주목

AI 반도체에 투자하는 쉬운 방법의 하나는 국내 증시에 상장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투자하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1∼6월)까지만 해도 HBM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SK하이닉스 주가만 강세를 보였지만 9월 이후 범용 반도체의 공급도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뒤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도 지속해서 상향 조정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관련 가치사슬 전반을 아우르는 KODEX AI 반도체, ACE AI 반도체포커스 등의 ETF로 투자하는 것도 소재·부품·장비 기업 등을 선별하는 과정을 대신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관리가 중요해지며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한 변압기, 송·배전 설비,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대용량 전력기기와 안정적인 전력망이 필수가 됐다. 또 기존 산업 대비 10배 이상의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전력공급원 자체에 대한 수요도 커졌다. 풍력, 태양광 등 데이터센터가 구축된 지역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원과 함께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원자력발전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미국 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올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력기기 3사인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의 주가는 올해 들어 2∼3배 이상 상승했다. SMR과 가스터빈을 만드는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360%가량 주가가 급등하며 조선, 방산 못지않은 주도주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RISE 글로벌원자력, PLUS 글로벌AI인프라, KODEX AI 전력 핵심 설비 등의 ETF는 국내외 전력기기, 원자력으로 구성돼 있다.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전력 인프라 구축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최근 새로운 키워드로 뜬 것은 ‘국가대표 AI 기업’인 소버린 AI다. 외부 의존 없이 독립적으로 AI 서비스를 개발·운영하는 전략적 AI 체계를 의미하는 소버린 AI 구축은 이재명 정부에서 적극 추진 중인 프로젝트 중 하나다. 현재 정부는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 LG AI연구원 등의 5팀을 소버린 AI 프로젝트 대상으로 선정했다. 자산운용사들도 이들 기업으로 구성된 KODEX 코리아 소버린 AI, 1Q K소버린AI 등의 ETF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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