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0대 건설사에서 발생한 사고 사망자는 113명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만 7월까지 16명이 숨졌다. 사고 건수와 사망자 수 모두 감소세를 보이지 않으면서 여야 의원들은 CEO를 상대로 직접적인 관리 책임을 따질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건설사 대표는 안전사고 관련 증인으로 13일 출석하지만 국토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2025년도 국정감사 증인 변경 신청안’을 의결하며 일부 명단을 조정했다.
금호건설은 사고의 특수성을 이유로 오는 29일 별도 일정으로 잡혔다. 금호건설은 올해 2월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동북선 도시철도 현장에서 하청 근로자가 굴착기에 깔려 숨졌고, 3월 청주테크노폴리스 현장에서는 이동식 크레인 붐대가 꺾이며 근로자 1명이 사망했다. 특히 2023년 14명이 숨진 오송지하차도 참사의 시공사로, 부실한 임시제방 시공 등으로 서재환 전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같은 해 4월에는 경기 성남 정자교 붕괴사고로 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서희건설의 이봉관 회장과 김원철 대표는 주택공급정책 관련 증인으로 명시됐으나 김건희 여사 관련 인사청탁 의혹 등 특검 조사와 맞물린 질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 회장은 2022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부인에게 고가의 목걸이를 선물하며 사위 인사를 요청했다는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고, 지난달 서초구 양재동 본사가 특검팀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했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공사 수의계약 일방 파기 논란과 윤석열 정부 관저 공사 특혜 의혹으로 증인석에 오른다. 현대건설은 올해 들어서만 세 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3월 서울 동대문 제기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중 건물이 붕괴해 1명이 숨졌고 같은 달 경기 파주 아파트 현장에서는 콘크리트 낙하물에 맞아 근로자가 사망했다. 이어 6월 서울 은평구 재개발 현장에서는 토사에 매몰돼 작업자 1명이 숨졌다.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는 당초 13일 출석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조정돼 오는 29일 종합감사 때 출석한다. 롯데건설은 올해 9월 김해시 불암동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굴착기 충돌로 1명이 사망했고 같은 달 인천 모델하우스 철거 중에도 근로자 1명이 추락사했다.
김보현 대우건설 사장은 2022년 이후 올해 1분기까지 12건의 사망사고로 ‘중대재해 최다 기업’으로 지목됐다. 취임 10개월 만의 국감 출석으로 향후 안전관리 체계 전면 개편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는 세종~안성 고속도로 교량 붕괴로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친 사건의 책임을 추궁받는다. 현장 구조 보강과 안전 점검 미비가 주요 쟁점이다.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사장은 7월 함양~창녕 고속도로 공사 중 근로자 사망사고에 이어 불과 한 달 만에 또 다른 현장에서 감전사고가 발생한 책임을 묻기 위해 증인으로 소환됐다. 반복된 사고로 정희민 전 대표가 물러나고 송 사장이 후임으로 선임됐다.
DL그룹은 이해욱 회장 대신 여성찬 DL건설 대표가, HDC현대산업개발은 정경구 대표 대신 조태제 최고안전책임자(CSO)가 각각 자진 출석한다. 오송지하차도 참사 관련 증인도 박세창 금호건설 부회장에서 조완석 대표로 변경됐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건설사 영업정지 요건을 강화했다. 김영훈 고용부 장관은 “사망사고를 반복하는 기업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며 “안전 대책의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예방”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국감은 건설사 CEO들이 안전관리 부실에 대해 직접 해명하고 재발 방지책을 제시해야 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집값 불안 지속… “추가 규제 가능성 열려 있다”
주택시장 안정 대책도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정부는 6월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고, 9월 ‘9·7 공급 대책’을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시세는 6월 5072만 원에서 9월 5260만 원으로 3.7% 상승했다. 전세가율도 소폭 회복하며 자금 유입이 늘고 거래량 역시 전월 대비 12% 증가하는 등 시장은 되레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을 향한 추가 규제 가능성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장관은 “보유세 인상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시장 과열 시 복합 정책을 신속히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토부는 장관 직권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둔 상태다.
서울시 국감에서도 주택 공급 정책의 실효성이 주요 검증 대상이다. 오세훈 시장은 ‘신속통합기획 2.0’을 통해 정비사업 기간을 12년으로 단축하고 2031년까지 31만 가구를 착공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실질적 공급 효과를 의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중대재해 사고가 워낙 많았고 사회적 비판 여론도 거세 대표이사급 증인 출석은 피하기 어렵다”면서 “국감 이후 대부분 건설사가 안전조직과 현장 관리 체계를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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