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내년 1월부터 탄소세 본격화… 韓철강 매년 수천억원 내야할 듯
친환경 방식이 생산원가 더 높고, 설비 교체 당장 못해 부담 불가피
전문가 “EU수출 의존도 낮춰야”
올 초 경기 평택항에서 선적 대기 중인 철강제품. 동아일보DB
유럽연합(EU)이 수입 철강 제품에 대한 무관세 쿼터(할당량)를 47% 축소하고 관세를 50%로 인상하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내년부터는 EU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로, 이른바 ‘탄소 관세’까지 부과한다. 중국의 저가 공세와 미국 관세에 이어 이 같은 EU발 충격타까지 더해지면서 철강업계의 신음이 깊어지고 있다.
● 국내외 사면초가 철강업계
국내 철강업체들은 이미 위기 상황이다. 건설 경기 침체 장기화로 내수 실적이 쪼그라든 데다 중국이 저가 물량을 해외로 쏟아내며 한국 철강 수출액은 감소세를 보여 왔다. 2023년 철강 제품 수출액은 352억 달러로 전년 대비 8.5% 감소했고, 지난해 수출액도 2023년 대비 5.4% 줄어든 333억 달러에 그쳤다. 여기에 미국이 올해 관세를 50%까지 부과하며 철강 수출은 더 쪼그라든 상황이다.
문제는 최대 수출처인 EU에서도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7일(현지 시간) EU 집행위원회는 철강 무관세 수입 쿼터를 1830만 t으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엔 기존 25%에서 배로 높인 5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CBAM도 또 다른 리스크다. 이는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등 탄소 다배출 품목에 일종의 ‘탄소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생산 단계의 탄소배출량이 EU 기준을 초과할 때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아직 명확한 계산 기준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글로벌 컨설팅 업계에선 기존의 EU 탄소배출권거래제 기준을 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 철강학계는 철강 수입 제품 t당 72∼83달러 수준의 CBAM 비용이 부과될 것으로 내다보는데, 국내 철강업계가 매년 부담할 비용은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영국의 탄소 시장 전문 매체 카본 펄스는 “한국 철강업체들이 CBAM 시행으로 향후 10년간 총 22억 달러(약 3조 원)를 부담할 전망”이라고 지난해 보도한 바 있다.
● 탄소 관세 불가피… 수출 구도 재편 시급
사실 EU는 CBAM을 2023년 5월 제정해 올해 12월까지 일종의 유예 기간을 뒀다. 상호관세와 달리 대비할 시간이 주어졌던 셈이다. 그러나 저탄소 방식을 선택할 경우, 생산 원가가 20∼40%가량 높아지다 보니 철강업계의 친환경 전환은 더디게 진행됐다. 철강업 특성상 앞으로도 생산 설비 등을 갑자기 교체할 수도 없는 만큼 최소 수년간은 CBAM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일단 EU 수출에 대한 의존도부터 낮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각종 대형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 등으로 철강 수요가 커지는 중동이 대체 시장으로 꼽힌다. 최근 포스코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파드힐리 가스 플랜트 증설 사업에 강재를 공급하기로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 수출 포트폴리오를 확 바꾸는 건 불가능하지만 EU에 뒤이은 수출처인 일본, 인도는 이미 저가 중국산 철강이 시장을 흔들어 놓은 상태라 신흥 시장을 뚫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 수입품에 대해 탄소세를 매기는 제도. 올 12월까지는 제품의 탄소 배출량을 보고하기만 하는 ‘전환 기간’으로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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