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올해만 53% 뛰어… 美셧다운-관세 불안속 ‘안전자산 랠리’

  • 동아일보

[금값 4000달러 첫 돌파] 3000달러 돌파 7개월새 4000달러
韓선 10% 더비싸 ‘김치 프리미엄’
‘나만 뒤처지나’ 포모 현상까지
中 11개월 연속 금 순매수 행진… 외환보유액 10년만에 최고치

귀금속 상가 연휴에도 북적 8일 서울 종로구 귀금속 상가 밀집 지역에서 판매업자들과 손님들이 귀금속 상품을 거래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귀금속 상가 연휴에도 북적 8일 서울 종로구 귀금속 상가 밀집 지역에서 판매업자들과 손님들이 귀금속 상품을 거래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금값이 현기증 나는 급등세의 정점을 찍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금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트로이온스(31.1034786g)당 4000달러(약 570만 원)를 돌파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같이 진단했다. 이날 금 가격은 현물과 선물 가격 모두 트로이온스당 4000달러를 넘기며 뜨거운 상승세를 이어갔다.

금값은 3월 3000달러를 넘긴 뒤 질주하더니 4000달러의 벽을 넘었다. 금값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1000달러를 넘기고,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시기에 2000달러 선을 뚫었다. 1000달러에서 2000달러의 벽을 넘기는 데는 12년, 그 뒤 3000달러를 넘기는 데 5년이 걸렸지만 4000달러 돌파에 걸린 시간은 겨우 7개월이다.

● ‘김치 프리미엄’ 10% 넘게 확대


금 가격이 급등하자 한국 금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일 KRX 금시장의 금 현물 가격은 1g당 19만131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달 1일 종가(15만6840원) 대비 22% 올랐다. 장중에는 20만3000원까지 치솟으며 사상 처음 20만 원의 벽을 넘기도 했다. 국내 금값이 급등하자 이날 기준 ‘김치 프리미엄’(국내외 시세 차)은 10% 넘게 커졌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이른 데다 한동안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지금에라도 금을 사야 수익을 낼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는 ‘포모’(소외될 것에 대한 두려움)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로도 자금이 몰렸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한 달간 국내 금 현물에 투자하는 ‘ACE KRX 금 현물’과 ‘TIGER KRX 금 현물’을 각각 2340억 원, 1860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해당 기간 개인들이 투자한 전체 ETF 중 순매수 유입량 3위와 4위에 해당한다.

● 불확실성 증폭돼 투자금 금으로 몰려

금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올해 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불거진 글로벌 불확실성이 증폭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이어가며 세계 경제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되자 안전자산인 금으로 자금이 몰리게 된 것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은 지난달에도 금을 사들이며 11개월 연속 순매수세를 나타내고 있다.

일부 국가의 외환보유액도 늘고 있다. 각국이 보유한 금값이 상승하거나 달러화 약세로 자국 통화가치가 강세를 보인 영향으로 보인다. 중국의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7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따르면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은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이 3조3387억 달러(약 4757조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5년 12월 3조3303억 달러 이후 최고 수준이다. 당국은 지난달 글로벌 금융자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대만도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초로 6000억 달러를 돌파한 6029억4000만 달러(약 859조 원)를 기록했다.

이달 1일 시작한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전망도 금값을 끌어올렸다. 기준금리가 더 인하되면 ‘약달러’가 불가피해 상대적으로 다른 자산 가격이 오른다. 그런데 미국 국채 등 다른 전통적인 안전자산이 매력을 잃어 금값이 더 상승 중이다.

최근 비트코인이나 미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도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투자자들이 환금성이 높은 비트코인이나 금, 주식 등으로 자금을 옮겨 물가 급등에 대비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불확실성이 커지며 안전자산 중 (이율이 낮아지는) 국채 매력도가 떨어지니 금이나 비트코인에 투자가 몰린다”고 분석했다.

다만 금값이 조정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6일 분석노트에서 4분기(10∼12월) 금 가격과 관련해 “횡보하거나 조정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스위스 기반 글로벌 금융기업인 UBS의 조반니 스타우노보 애널리스트도 “(금값) 변동성이 10∼15%에 달한다는 점을 투자자들은 인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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