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50억 달러 줄어 4046억 달러… 5년만에 최소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9일 03시 00분


“국민연금과 외환 스와프 거래 탓”
3월말 기준 외환보유액 세계 10위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지난달에만 50억 달러 가까이 줄어들며 5년 만에 최저로 쪼그라들었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046억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한 달 전보다 49억9000만 달러 줄어든 규모로, 2020년 4월(4049억8000만 달러) 이후 5년 만에 가장 적다. 감소 폭도 지난해 4월(―59억9000만 달러) 이후 1년 만에 가장 컸다.

한은은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교환)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이 일시적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해외 자산을 매입할 때 필요한 미국 달러를 한은에서 빌려 쓰고 나중에 갚는다. 국민연금 같은 ‘큰손’이 시장에서 미 달러를 직접 사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외환시장 전반이 불안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650억 달러 한도로 한은에서 미 달러를 빌려 쓸 수 있는 스와프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외환보유액이 심리적인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4000억 달러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이 1390원대에 진입하며 하락세지만, 미국발(發) 관세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최근의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 들어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외환보유액은 2월과 4월 두 차례 4100억 달러를 밑돌기도 했다. 다만 황문우 한은 외환회계팀장은 “외환 스와프 만기가 돌아오면 국민연금에서 다시 자금이 (정부로) 돌아오게 된다”며 “금융기관 외화예수금 감소도 계절적 요인에 따른 것이어서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순위도 떨어졌다. 올 3월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10위로 2월보다 한 계단 하락했다. 한국은 2023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계속 9위를 유지해 왔다. 중국이 3조2407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일본(1조2725억 달러), 스위스(9408억 달러)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을 금으로 갖고 있는 독일(4355억 달러)은 10위에서 8위로 두 계단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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