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경제 人터뷰]
민간기업 첫 달 착륙-탐사 성공… 제이슨 김 파이어플라이 CEO
“낮 110도-밤 영하135도 극한 환경속… 14일간 열 유지-방출 데이터 수집
화성 탐사 외치지만 달 먼저 알아야… 우주산업엔 예술가의 재능도 필요”
한국계 미국인인 제이슨 김 파이어플라이 최고경영자(CEO)는 올 1월 발사된 달 착륙선 ‘블루고스트’ 임무를 진두지휘했다. 블루고스트는 달에 착륙해 모든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최초의 상업용 달 착륙선이 됐다. 파이어플라이 제공
“블루고스트는 지금까지 달에서 가장 긴 상업용 임무를 수행한 착륙선으로 기록됐습니다. 이런 족적을 남긴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올 1월 달 표면에 착륙해 임무 수행까지 무사히 마친 파이어플라이의 탐사선 블루고스트. 블루고스트는 달에 착륙해 모든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최초의 상업용 달 착륙선이다. 블루고스트보다 앞서 지난해 2월 달에 착륙한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오디세우스’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며 착륙 이후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다.
블루고스트 임무를 진두지휘한 제이슨 김 파이어플라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팀원들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민 2세대로 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블루고스트 발사를 불과 4개월 앞둔 지난해 10월 파이어플라이로 영입돼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를 보란 듯이 성공시켰다. 김 CEO는 “무엇보다 신뢰, 협력을 쌓고 혁신의 문화를 조성하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 200도 이상의 일교차 견딘 블루고스트
블루고스트의 모습. 파이어플라이 제공올해 1월 15일 발사된 블루고스트는 지난달 2일 달 앞면의 대형 분지 ‘마레 크리시움’에 무사히 착륙했다. 하지만 달 착륙은 임무의 시작에 불과했다. 지구와는 다른 혹독한 환경을 견뎌내야 했기 때문이다. 블루고스트는 착륙 후 14일간 탐사선에 탑재된 10개의 과학연구 장비를 성공적으로 작동시키며 임무를 완료했다.
김 CEO는 “낮과 밤 온도 차이가 200도 이상 나는 달의 환경을 블루고스트가 견딜 수 있을까 두려웠다”며 “한낮의 열기를 버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미션이었다”고 전했다. 햇빛을 가장 많이 받는 시간대에 달 표면은 110도까지 올라간다. 반면 해가 지는 밤이 찾아오면 달의 온도는 영하 135도까지 떨어진다.
그는 “이렇게 달의 표면이 뜨거울 때 임무를 수행했던 달 착륙선 임무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데이터가 매우 부족했다”며 “이번 블루고스트 임무로 다양한 (착륙선의) 재료가 열을 어떻게 유지하고 방출하는지에 대한 열 데이터를 수집했다는 점에서 미래 로봇이나 유인 우주 임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트럼프가 ‘화성’ 외쳐도 달 중요성 여전
최근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들어선 뒤 우주 탐사의 무게 중심이 달에서 화성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CEO는 이 같은 변화에 대해 “달의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달은 태양계로 나아가는 관문으로 화성에서의 생명 유지 시스템과 서식지를 실험하려면 반드시 달이 필요하다”며 “달에는 메탄, 희토류 금속과 같은 자원이 풍부하고, 이런 자원들은 화성 등 심(深)우주 탐사를 지원하는 데에도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화성 탐사에 앞서 반드시 달 탐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학계와 산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파이어플라이는 현재 달에 집중하고 있지만 달과 화성 사이의 장거리 통신 중계를 위한 궤도 우주선 등 달과 화성을 잇는 다양한 사업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CEO는 우주 산업 인재를 꿈꾸는 한국의 학생들에게 “호기심을 잃지 말고 우주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길이 많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조언했다. 그 역시 파일럿을 꿈꾸며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했지만 시력 문제로 한 차례 좌절을 겪었다. 이후 전기공학 학위를 따 7년간 공군 장교로 복무했다. 그 과정에서 산업계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미국 방위 기업인 노스롭 그루먼, 레이시언 테크놀로지, 보잉을 거쳐 현재 파이어플라이 CEO 자리까지 오게 됐다.
김 CEO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방식으로 우주 산업에 기여할 수 있다”며 “공학이나 물리학뿐만 아니라 예술가, 커뮤니케이터, 정책 전문가 등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우주 산업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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