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슈드’ 절세혜택 사라지자 싸늘… 순매수 1년새 10분의 1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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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환율 변동성 커진 것도 악재
순매수, 1월 6154억→3월 246억
2월엔 첫 순유출까지… 열기 식어
“배당 선호자 선택지 부족” 지적도

미국 대표 배당 상장지수펀드(ETF) ‘슈드(SCHD)’를 모델로 한 이른바 ‘한국판 슈드’의 열기가 점차 식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월평균 순매수 규모가 전년 대비 10분의 1로 쪼그라들고, 2월에는 처음으로 순유출이 나타났다. 해외 주식 ETF 절세 혜택이 사라지고 증시 및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등 악재가 겹친 영향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자산 유형이 ‘배당’인 ETF 34개 중 ‘다우존스 미국배당 100’을 기초지수로 삼는 ETF는 10개다. 종목 수로는 30% 미만인 이들 ETF의 순자산총액은 총 5조479억 원으로, 배당 ETF 34개 전체 순자산총액 6조6230억 원의 76.2%를 차지한다.

다우존스 미국배당 100지수는 고배당 기업 중 재무 비율, 펀더멘털(기초체력) 등을 고려해 선정한 코카콜라, 셰브론, 버라이즌 등 100개의 우량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ETF인 슈드가 이 지수를 추종하는 대표 상품이다.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은 2023년 3억9214만 달러, 지난해 8억5445만 달러 규모의 슈드를 순매수했는데, 2년 연속 전체 해외 종목 순매수 순위 3위였다.

슈드의 인기에 힘입어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만든 ‘한국판 슈드’도 큰 인기를 누렸다. 개인투자자들의 국내 상장 미국 배당 다우존스 ETF 순매수는 2023년 월평균 1082억 원에서 지난해 월평균 2728억 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올 1월에는 6154억 원 규모 순매수하며 상장 이후 가장 많은 자금이 몰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인기가 한풀 꺾이기 시작했다. 2월에는 1753억 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2021년 한국형 슈드가 첫선을 보인 이래 월간 순유출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월에도 246억 원 순매수에 그치며 지난해 월평균 순매수 규모의 9%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부터 해외 주식 ETF 분배금에 주어지던 ‘절세 혜택’이 사라진 것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까지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ETF의 분배금에 부과된 현지 세금을 국세청이 우선 환급해준 뒤 나중에 국내 세율로 원천징수해 왔는데, 올해부터 환급 절차가 사라졌다. 특히 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ISA)나 연금계좌 등을 활용해 과세이연 효과를 누리던 이들의 불만이 크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으로 국내외 증시와 환율 변동성이 커진 것도 한몫했다.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들은 지수 움직임의 2∼3배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레버리지 ETF로, 안전 지향 성향의 투자자들은 현금성 자산이나 금 ETF 등으로 눈길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배당 선호 투자자들의 선택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년 연속 배당 증가 기업’, ‘높은 배당 수익률의 대형주’, ‘배당 성장 높은 가치주’ 등 다양한 ETF 선택지가 있는 미국과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투자 성향과 목표, 전략 등에 따라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도록 여러 상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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