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원자로 기술 배운 한국, 66년만에 종주국 美로 역수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18일 03시 00분


중성자 활용하는 연구용 원자로
K컨소시엄, 미주리대와 설계 계약
건설 포함 1조4000억 규모 추정
정부 “민감국가 지정, 협력 이상무”

한국원자력연구원 컨소시엄이 16일(현지 시간) 미국 미주리대와 차세대연구로 초기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왼쪽에서 다섯 번째) 등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한국원자력연구원 컨소시엄이 16일(현지 시간) 미국 미주리대와 차세대연구로 초기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왼쪽에서 다섯 번째) 등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한국원자력연구원 컨소시엄이 원자력 종주국인 미국에 연구용 원자로를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1959년 7월 미국으로부터 연구용 원자로 1호기(TRIGA Mark-Ⅱ)를 도입하며 연구를 시작한 한국이 66년 만에 역수출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이번 수출이 미국의 민감국가 지정에도 한미 간 기술 협력에 이상이 없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고도 강조했다.

● 66년 만에 美에 역수출… 노후 연구로 교체 수요 더 많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현대엔지니어링, 미국 MPR사 컨소시엄이 미국 미주리대가 국제 경쟁 입찰로 발주한 ‘차세대 연구로 사업’ 첫 단계인 초기설계 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연구용 원자로는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로와 달리, 우라늄 핵분열 시 발생하는 중성자를 활용해 각종 연구를 수행하는 원자로다.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와 신물질을 생산하는 등의 역할도 한다. 컨소시엄에서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원자로 설계 개발 및 핵연료 공급, 현대엔지니어링은 사업 관리 및 종합 설계, MPR은 미국 규제 대응을 담당했다.

이 사업은 미주리대의 열출력 20MW(메가와트)급 고성능 신규 연구로 건설을 위한 초기 설계에 해당한다. 연구로 개념설계에 앞서 건설 부지 조건, 환경영향평가 등 설계 사전 정보를 분석하는 단계다. 초기설계 계약 규모는 1000만 달러(약 142억 원)이며, 건설을 포함한 전체 사업 규모는 8∼10년간 약 10억 달러(약 1조4204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미국 미주리대 차세대 연구용 원자로에 들어가는 노심집합체 개념도(왼쪽 사진)와 1959년 7월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연구용 원자로 1호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미국 미주리대 차세대 연구용 원자로에 들어가는 노심집합체 개념도(왼쪽 사진)와 1959년 7월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연구용 원자로 1호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이번 계약이 성공한 주된 원인으로는 국내 원자력 연구 및 사업 역량이 꼽힌다. 우선 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세계 유일의 ‘고성능 연구로 핵연료’ 기술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또 요르단 연구로 사업 등 과거 해외 연구로 사업의 성공적인 수행 경험도 이번 수주에 중요한 밑바탕이 됐다. 과기정통부와 원자력연구원은 1995년 국내 최초 연구로인 하나로(30MWth) 자력 설계·건조·운영을 시작으로 수출 성과를 내왔다. 이후 △2014년 말레이시아 연구로 디지털 시스템 구축 사업 △2017년 요르단 연구로 설계·건설 △2024년 방글라데시 연구로 디지털 시스템 구축 사업과 네덜란드 델프트 연구로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과기정통부는 전 세계적인 ‘연구로 노후화’와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생산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수출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54개국에 총 227기의 연구로가 운영되고 있는데, 이 중 70% 이상이 운전 40년이 지난 노후 연구로로 파악된다. 과기정통부는 향후 20년간 50기 정도의 교체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정부, “민감국가 지정에도 한미 협력 건재 보여줘”

이창윤 과기정통부 1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원자력 종주국인 미국 시장에서 기술 수출 성과를 거둔 것은 순수한 과학기술 성과일 뿐만 아니라 산업 경제적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며 “세계 연구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시점에서 연구로 수출 선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청신호”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번 수출이 한미 간 기술 협력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사례라며, ‘민감국가’ 해제를 위해 적극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차관은 “미국 측에서는 민감국가 지정이 한미 간 과학기술 동맹 관계를 훼손할 일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번 수출 계약은) 그런 입장이 구체적인 결과물로 나타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한규 원자력연구원장도 “공교롭게 이달 15일 민감국가 발효 앞뒤로 미국 에너지부 산하 아르곤연구소와 원자력 분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미주리대 연구로 수출 계약도 맺었다”며 “국내에서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걸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 두 건이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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