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과 상호금융기관인 농협조합이 2000억 원에 달하는 부당 대출을 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은행에선 전현직 직원 부부가 허위로 문서를 꾸미는 등의 방식으로 7년간 785억 원의 부당대출을 받았다. 농협조합에서도 한 명이 1000억 원이 넘는 부당 대출을 해준 사실이 적발됐다. 검찰은 지난주 기업은행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신한은행 대출 비리도 조사에 나서는 등 불법 대출 수사 고삐를 죄고 있다.
● 전현직 직원 부부 7년간 785억 원 부당대출
금융감독원은 25일 기업은행에서 882억 원에 달하는 부당대출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전현직 임직원을 포함해 다양한 이해관계자 20여 명이 연루됐고, 관련자들이 대거 금품과 골프 접대 등을 받은 정황도 드러났다. 당초 기업은행 부당 대출 규모는 240억 원으로 파악돼 검찰이 수사에 나선 바 있다. 금감원 조사 결과 642억 원이 더 확인돼 부당 대출 규모는 총 882억 원으로 늘어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기업은행에 약 14년간 근무하다 퇴직한 A 씨는 28명에 이르는 이들과 짜거나 도움을 받아 총 51건, 785억 원의 부당 대출을 받았다. 그는 2017년 6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대출 관련 증빙 서류, 자기 자금 부담 여력 등을 허위로 작성하는 방식으로 부당 대출을 받았다. 은행에서 팀장 및 심사역으로 근무하는 배우자를 비롯해 심사센터장과 지점장인 입행 동기, 전현직 임직원 사모임에 속한 이들 등이 A 씨의 부당 대출을 공모하거나 묵인해 줬다. 특히 심사센터 심사역인 A 씨의 배우자는 증빙이 허위라는 사실을 알고도 부당 대출을 해주거나 그가 거래처에서 받은 일시 차입금을 자기 자금인 것처럼 꾸몄다는 걸 알면서도 자금조달계획 등을 허위로 작성해 대출을 승인해 주기도 했다.
A 씨는 본인이 참여한 전현직 임직원 사모임 5개에 속한 이들뿐만 아니라 다수의 임직원에게 골프 접대를 하고 일부 임직원 배우자는 자신이 차명으로 운영하는 법무사 사무소, 부동산 중개업소에 직원으로 채용해 주기도 했다. 금감원은 기업은행 부당 대출 관련자 8명은 배우자가 A 씨가 실소유주인 업체에 취업하는 방식 등으로 15억7000만 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 부당 대출 관련 임직원 10명을 포함해 23명이 국내와 필리핀 등에서 골프 접대를 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금감원은 기업은행이 여러 지점과 임직원이 연루된 부당 대출, 금품 수수 등을 인지하고도 은폐·축소를 시도하고 조직적으로 검사를 방해한 혐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사건 발견 경위를 허위로 기재하고, 특정 지역의 부당 대출 사건 내역 등을 누락하기도 했다. 특히 검사 기간 중인 올 1월에는 부서장 지시 등으로 직원 6명이 271개의 파일과 사내 메신저 기록을 삭제하기도 했다.
농협조합에서도 법무사 사무장이 5년에 걸쳐 부당 대출을 내준 사실이 적발됐다. 10년 넘게 조합의 등기업무를 담당한 법무사 사무장 B 씨는 준공 전 30가구 미만 분양 계약은 실거래가 신고 의무가 없는 점을 악용해 2020년 1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총 392건, 1083억 원의 부당 대출을 내줬다. 기업은행과 농협조합에서 이번에 적발된 부당 대출 규모만 1965억 원에 달하는 셈이다.
B 씨는 자신의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대출을 받아 분양을 받으려는 사람들을 모아 매매계약서의 계약금과 매매가격을 허위로 높게 적어 부당 대출을 해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내준 대출의 등기업무를 통해 B 씨는 수수료를 받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2위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에선 현직 임원이 자신이 살 보증금 30억 원짜리 사택을 ‘셀프 승인’하고 들어가 살기도 했다. 또 빗썸의 전직 임원은 개인적으로 분양받은 주택을 사택으로 임차하는 것처럼 꾸며 보증금 11억 원을 받기도 했다. 해당 임원은 이를 잔금 납부에 쓰고 사택으로 제공하지는 않고 다른 사람에게 임대해 보증금 28억 원을 받아 챙겼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이승학)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신한은행의 한 지점에 수사 인력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검찰은 해당 지점에서 근무했던 차장급 직원 C 씨가 위조 사문서 등을 이용해 은행원 출신 사업가 김모 씨의 대출을 도왔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