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 전후 비교하니
최고경영진 연령 다양할 때 성과 ↑
유연한 조직에서 더 효과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기업에 예상치 못한 충격을 줬다. 위기 상황에서 얼마나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가 기업의 생존과 성과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떠오른 것이다. 이런 위기 대응에 최고경영진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여기서 최고경영진은 부사장급 이상의 경영진을 의미하며 기업의 장기적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고 주요 의사 결정을 주도하는 핵심 집단이다.
최고경영진의 위기 대응력을 높이는 요인은 무엇일까? 선행 연구들은 최고경영진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에 주목하며 기능적 다양성은 매출 성장에, 국적 다양성은 기업의 혁신성에, 성별 다양성은 환경 전략 수립에 기여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연령 다양성의 효과에 관해서는 연구 결과가 엇갈렸다. 팀 내 연령대가 다양하면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교육 배경과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폭넓은 지식과 관점을 공유할 수 있어 창의성과 문제 해결력 향상에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가치관 차이로 내부 갈등이 발생하면 오히려 성과를 떨어뜨릴 위험도 존재한다.
미국 로욜라 메리마운트대 연구팀은 연령 다양성이 기업의 위기 대응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팬데믹이 기업에 높은 수준의 창의성과 문제 해결력을 요구한다는 점을 고려해 연령 다양성이 기업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연구는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발생 전(2018∼2019년)과 이후(2020∼2021년)의 데이터를 비교 분석했으며, 기업 성과는 총자산이익률(ROA), 연령 다양성은 최고경영진의 연령 변동 계수(표준편차/평균)로 측정했다.
그 결과, 팬데믹 기간 연령 다양성이 높은 최고경영진을 보유한 기업이 더 나은 성과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연령 다양성이 표준편차 한 단위 증가할 때, 코로나19 기간의 ROA는 이전 대비 평균 16.2% 상승했다. 연구팀은 추가 분석을 통해 연령 다양성이 특히 팬데믹으로 인한 압박이 큰 기업, 예를 들어 물리적 투자 활동이 많이 필요한 기업에 더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했다. 반면 혁신성이 높은 기업의 경우 연령 다양성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이는 혁신 기업은 이미 팬데믹을 충분히 대비하고 있어 추가적인 창의적 리더십의 필요성이 낮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한 연구팀은 기업 문화가 연령 다양성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밝혀냈다. 특히 최고경영자(CEO)의 권력이 낮고 의사 결정이 수평적으로 이루어지는 포용적인 조직에서 연령 다양성이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다양한 연령대의 경영진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기업이 더욱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협력적인 환경에서 창의적 해결책을 도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 연구는 연령 다양성이 기업의 위기 대응력과 성과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기업은 최고경영진을 구성할 때 연령 다양성을 고려하는 동시에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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