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해제’ 잠삼대청 호가 급등
실거래 최고가보다 6억 높은 곳도
잠실 매물 한달 전보다 12% 줄어
“대출까지 풀리면 투자 몰릴 수도”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인근 단지 매물을 소개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전날 서울시는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 내 재건축 단지 14곳을 제외한 모든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했다. 뉴시스
“오늘 매수자가 집을 보기로 약속했는데 매도인이 1억 원을 더 올렸어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틀째인 13일 찾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인근 공인중개사 A 씨는 “일대 대단지 집주인들은 평당 1억 원은 받아야 한다는 분위기에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거두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약 5년 만에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된 ‘잠삼대청’(잠실 삼성 대치 청담동) 주요 단지의 호가가 급등하고 있다. 이번 해제로 그동안 막혀 있던 갭투자, 원정 투자가 전날부터 가능해지면서 집값이 뛸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단기간에 호가가 급등하면서 매수 시기를 저울질하는 분위기도 나타나면서 실제 상승 거래로 이어지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해제 지역 집주인들은 집값이 기존 최고가를 넘어설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강남구와 서초구에 비해 집값이 낮았던 잠실동도 ‘평당 1억 원’이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잠실동 대단지인 ‘리센츠’ 전용면적 84㎡ 호가는 32억 원까지 올랐다. 해당 평형은 지난해 10월 역대 최고가인 28억5000만 원에 팔렸다. 인근 ‘트리지움’ 전용면적 84㎡ 호가도 기존 최고 실거래가(26억 원)보다 무려 6억 원이나 높은 32억 원까지 치솟았다.
집주인들 사이에선 일단 매물을 회수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집값이 얼마나 오를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나중에 싸게 팔았다고 후회하기보다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고점에 팔겠다는 것이다.
잠실동 인근 공인중개사 B 씨는 “체감상 한 달 전과 비교해 집주인 60%가 매물을 거둬들였다”고 했다. 실제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잠실동 엘스·리센츠·트리지움·레이크팰리스 4개 단지(1만7615채)의 매물은 12일 기준 1023채로 한 달 전(1160채)보다 12% 줄었다.
매수 문의는 늘었지만 아직까지 상승 거래로까지 이어지진 않고 있다. 일각에선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시장 가격에 반영돼 당분간 ‘숨고르기’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른 공인중개사는 “지난달 오세훈 서울시장의 해제 시사 발언 이후 매수세가 붙으면서 가격이 뛰었는데 지금은 너무 올라 그 가격에 사겠다는 매수자가 나타날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번 해제로 갭투자와 지방에 사는 자산가의 원정 투자가 가능해졌지만 선뜻 매수에 나서긴 쉽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대출 규제가 여전한 데다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되면서 금리 부담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직은 대출이 묶여 있는 상황이라 당장 수요가 몰리기 힘든 상황이다”라면서 “다만 대출이 풀리면 투자 수요가 한 번에 몰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월 둘째 주(10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2주 연속 전주 대비 0.02% 올랐다. 송파(0.14%) 서초(0.11%), 강남구(0.08%) 등 강남권 위주로 가격이 많이 오른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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