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 트럼프 스톰 피해 ‘韓 텃밭’ 유럽-동남아 공략 확대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13일 03시 00분


[트럼프發 통상전쟁]
中 CATL, 헝가리-스페인 투자 추진… 유럽 배터리 점유율 韓 줄고 中 늘어
오포, 동남아 스마트폰 삼성 제쳐… “美 고관세에 中과 경쟁도 버텨야”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이래 지속적으로 미국의 견제를 받아 온 중국이 ‘트럼프 영향권’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난 유럽과 동남아 시장을 본격적으로 넘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텃밭이었던 이곳 배터리,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이 공세를 확대하면서 한중 각축전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 기업들은 트럼프의 관세 폭탄에 더해 글로벌 각지에서 중국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을 치러내야 하는 부담까지 안게 됐다.

● 트럼프 리스크에 中 배터리 유럽으로 우회

12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글로벌 1위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은 헝가리 생산 시설 건설 등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방침이다. CATL은 또 스페인에서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투자, 인도네시아 프로젝트도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중국산 배터리 소재를 배제한 데 이어 지난달엔 CATL을 화웨이와 마찬가지로 ‘중국 군사 기업’ 명단에 추가했다. 점점 죄어 오는 제재에 대응해 CATL은 유럽 생산 거점을 공격적으로 확보하며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이다.

이는 유럽 시장을 텃밭으로 두고 있던 한국 업체들의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유럽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 기업의 점유율은 2020년 68.3%에서 지난해 4월 기준 50.8%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중국 배터리 점유율은 10.8%에서 44.7%까지 올랐다.

동남아 배터리 시장에 대한 중국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CATL은 동남아 1, 2위 시장인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국영 기업과 합작해 현지 생산기지 구축에 나섰다. 태국에서는 36억 밧(약 1500억 원)을 투자한 합작 배터리 공장이 지난해 가동을 시작했고, 인도네시아에는 11억8000만 달러(약 1조7000억 원)를 투자해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신규 공장에 착공했다.

● 오포, 동남아서 삼성 제치고 첫 1위

또 다른 핵심 산업인 스마트폰 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가 1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오포’가 동남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8%를 차지하며 삼성전자(17%)를 처음으로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2023년에는 삼성전자가 21%로 1위, 오포가 17%로 2위였다.

동남아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점유율은 2023년 초까지 압도적 1위였다. 지난해부터 시장 상황이 급격히 바뀌어 4분기(10∼12월) 4위로 떨어지며 1∼3위를 오포, 샤오미, 트랜션 등 중국 업체에 내줬다.

비교적 프리미엄 시장인 유럽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약진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업체 아너는 지난해 2분기(4∼6월)를 기점으로 서유럽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넘어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전체 프리미엄 시장에서 애플·삼성전자에 이어 3위를 기록 중인 샤오미는 3분기(7∼9월) 점유율을 전년 동기 2.7%에서 4.3%로 끌어올렸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내수 침체와 미국 제재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중국이 유럽과 동남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며 “이 시장에서 저가 경쟁력으로 밀고 들어오는 중국을 이기려면 기술적 차별화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트럼프 스톰#유럽#동남아#스마트폰#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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