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유가 영향에 소비자물가 상승률 5개월 만에 2%대 재진입
관세전쟁 등 물가 추가 상승 가능성…“연간 1.8% 전망 어려워”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가공 식품류를 살펴보고 있다. 2025.1.16/뉴스1
새해부터 장바구니 물가에 대한 걱정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월 첫 지표에서 2%대에 재진입하면서 정부의 연간 물가 상승률 1.8% 전망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고환율·고유가 영향이 가시화한 결과인데, 앞으로도 환율 추가 상승 여지가 많아 물가 상황을 낙관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다.
지난해 9월(1.6%) 1%대에 진입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월 1.3%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이후 반등하기 시작해 11월 1.5%, 12월에는 1.9%로 다시 올라섰으며 올해 1월 5개월 만에 2%대에 재진입했다.
이는 지난해 말 고환율이 본격화하면서 공급 측면에서 전반적 물가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고환율은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 특성상 수입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작년 하반기 국제유가 또한 오름세를 유지하면서 고환율과 함께 국내 물가에 직격탄이 됐다.
1월 석유류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7.3% 오르며 물가 오름세를 이끌었다. 휘발유가 9.2%, 경유가 5.7% 상승했다. 석유류의 물가 상승 기여도는 지난 12월 0.0%포인트(p)에서 지난달 0.3%p로 늘었다. 이는 물가 상승률이 전월 1.9%에서 1월 2.2%로 증가한 결정적 원인이 됐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 영향으로 석유류, 외식 제외 개인서비스 물가의 상승 폭이 확대됐다”며 “향후에도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 외식, 기타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국제유가가 둔화세로 전환하고 있어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가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황경임 기재부 물가정책과장은 “앞으로 등락은 있겠지만 2%대 물가가 계속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전망 기관들이 국제 유가 둔화 흐름 예측을 유지하고 있고, 보통 연초 물가 상방 압력이 있고 하반기엔 둔화하는 흐름이 있어, 연중으로 갈수록 둔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앞으로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본격화하고, 국내 재정 기조가 긴축에서 확장으로 전환하는 등의 가능성 높은 변수를 고려하면 이런 전망은 낙관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여러 가지 상황을 볼 때 환율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고, 하반기 새로운 경제팀이 재정 정책을 확대 기조로 바꿀 수도 있다”며 “1.8% 목표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국내 정치적 혼란과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에서 나타나는 어려움을 타개하려면 정부가 대책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여러 요인을 볼 때 2%를 넘는 수준의 국내 물가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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