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다이닝에 빠진 1020… 고급 레스토랑 ‘나홀로 호황’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5일 03시 00분


점심 10만-저녁 30만원 고가에도
스타셰프 콘텐츠 열풍 타고 인기
경험소비 중시 세대 특성도 한몫
외식업 전체 매출은 감소 ‘극과 극’

자료: 미쉐린 가이드 홈페이지
자료: 미쉐린 가이드 홈페이지
3년 차 물리치료사 김모 씨(25)는 최근 점심 식사, 후식 커피값을 아껴 모아 파인다이닝(최고급 식당)을 찾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팔로우’한 인플루언서, 지인들이 게시한 글을 보고 ‘나도 한번 가보고 싶다’란 생각이 들어서다. 김 씨는 “일하며 받는 스트레스를 비싼 음식 먹고, 레스토랑 분위기를 즐기고, 사진 찍으면서 푼다”고 말했다.

유튜브 ‘먹방’과 스타 셰프들이 등장하는 다양한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한 끼에 많게는 30만 원이 넘는 고가 파인다이닝 매출이 10, 20대 중심으로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 소비 침체 여파로 지난해 전체 요식업종 매출이 감소한 것과 달리 고가 레스토랑은 ‘나 홀로 호황’을 누린 셈이다.

4일 동아일보가 BC카드에 의뢰해 2024년 ‘미쉐린 가이드’가 선정한 레스토랑 33곳의 전년 대비 신용·체크카드 매출 증감 추이를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10, 20대에서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요식업 콘텐츠 열풍이 분 지난해 9월 10, 20대의 파인다이닝 결제는 전년 동월 대비 45.8% 증가했고, 10월(39%), 11월(49.2%) 12월(35.9%)로 연말까지 줄곧 상승 추세를 보였다.

파인다이닝 식당들의 가격은 메뉴별로 다르지만 코스로 구성된 식사의 경우 점심은 한 끼에 10만 원대, 저녁은 30만 원대 수준에 이르기도 한다. 호텔 뷔페와 유사하거나 조금 더 비싼 수준이다. BC카드 관계자는 “10대들은 용돈이나 아르바이트비를 모아서, 20대는 아르바이트비나 월급을 모아서 파인다이닝에 소비한 것으로 추정된다”라면서 “10·20세대의 식문화가 유행에 민감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자금력 있는 ‘영올드’ 60대의 9∼12월 파인다이닝 결제도 꾸준히 상승했고, 50대에서는 11월에 반짝 급등(62.5%)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연말 모임, 회식 등으로 파인다이닝을 즐긴 이들도 많아졌지만 부모 세대들이 10, 20대를 위해 결제해 주거나, 자금력을 기반으로 젊은 사람들의 식문화 추세를 따라간 것으로 보인다는 게 BC카드의 설명이다.

파인다이닝 소비 증가세는 전체 소비 흐름과는 격차가 크다.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가계가 지갑을 닫으면서 지난 한 해 BC카드 연간 전체 카드 이용 금액은 전년 대비 7.2% 감소했다. 특히 전체 요식업 매출은 같은 기간 6.6% 감소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2월에도 숙박·음식점업 소매판매 지수는 3.1%나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10·20세대 중심의 ‘파인다이닝 열풍’을 두고 SNS를 의식한 과시 소비 영향도 일부 있겠지만 물질 소비보다 ‘경험 소비’에 만족감을 느끼는 이들 세대의 특성이 반영됐다고 풀이했다. 파인다이닝을 하나의 경험으로 받아들이며 아낌없이 돈을 투자한다는 얘기다. 파인다이닝 등은 예약이 필수인데, 예약 자체가 어렵고 혼밥족은 받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어서 10·20세대는 오픈 채팅 등 온라인 소모임(번개)을 통해 특정인이 예약하면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파인다이닝을 찾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SNS, 미디어 등 노출이 많은 10·20세대가 또래 일부나 40·50세대 위주로 방문하는 식당들을 자신도 한번 경험해 보자는 취지의 ‘경험 소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타셰프 콘텐츠 열풍#파인다이닝#미쉐린 가이드#경험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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