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편의점 김밥에 밀린 김밥전문점…“메뉴 차별화 불가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23일 17시 01분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김밥을 만들고 있는 모습. 뉴스1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김밥을 만들고 있는 모습. 뉴스1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윤모 씨(31)는 지난해부터 집앞에 있는 김밥집 대신 바로 옆 건물에 있는 편의점에서 김밥을 사먹는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데다 제조하는 시간이 따로 없어 가격이나 시간적 측면에서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윤 씨는 “김밥집은 토핑이 추가되면 가격이 5000원 대까지 올라가지만 편의점은 3000원 대”라며 “김밥 만드는 시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가성비를 앞세운 편의점 김밥이 성장세를 이어가며 원재료 인상으로 인한 제조비 상승 부담을 떠안은 김밥 전문점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기성 프랜차이즈 김밥집은 김밥외 메뉴 차별화, 프리미엄 김밥 등을 통해 위기를 헤쳐나간다는 계획이다.

23일 GS리테일에 따르면 GS25의 김밥류 매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42.3% 성장하며 2022년(40.7%), 2023년(37.6%)에 이어 30~40%대 성장을 이어갔다. 세븐일레븐도 지난해 김밥 매출이 20% 성장했다.

반면 기존 김밥집들은 매장 수가 줄어드는 등 위기를 맞이한 상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4만8898개였던 김밥집 수는 2022년 4만6639개, 2023년에는 4만6211개로 2년 연속 점포 수가 감소했다. 김밥 전문 프랜차이즈들도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따르면 2022년 6억9051억 원이었던 김가네 영업이익은 2023년 2억792만 원으로 감소했고, 김밥천국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582만 원에서 439만 원으로 줄었다.

외식업체들은 농수산물 가격 상승이 김밥집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김밥 특성 상 농산물 가격에 민감할 수 밖에 없어서다. 23일 한국농수산식품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김밥의 주 재료인 마른김(중품, 10장)의 가격은 평년 대비 52.5% 올랐고, 당근(1kg), 시금치(상품, 100g) 등 속재료도 평년 대비 가격이 각각 79.6%, 44.8% 상승했다.

늘어난 인건비도 김밥집에는 부담으로 돌아왔다. 주문 즉시 제조하는 김밥집은 비용 부담에도 인력을 크게 줄일 수 없는 형편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김밥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김밥집은 다른 프랜차이즈들에 비해 최소한 유지해야 하는 인력 하한선이 높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김밥 외식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4년 간 32.63% 오르며 외식 물가 중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반해 재료를 대량 구매하는데다 부분 자동화 제작이 가능한 편의점은 김밥집에 비해 비용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공장에서 김밥을 대량으로 생산해 일반 김밥집보다 재료비와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고 했다. GS25의 ‘NEW기본김밥’ 가격은 2500원으로 3000원 대를 넘는 김밥 전문점의 기본 김밥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외식업계에서는 향후 김밥집들이 메뉴 다변화와 프리미엄 김밥 같은 차별화로 편의점 김밥과 경쟁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밥 외에 새로운 음식 메뉴와 토핑을 다양하게 한 프리미엄 김밥을 앞세워 고객들을 잡겠다는 구상이다. 일례로 김가네는 소고기마라국수, 야채돌솥비빔밥 등을 선보였고, 김밥천국도 철판볶음라면, 해물볶음우동 등을 내놓는 등 김밥 외 분야로 영억을 넓히고 있다.

#김밥#편의점#김밥 전문점#김밥집#가성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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