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가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시작 예정이었던 고려아연 임시 주총은 예정보다 5시간 가까이 늦은 오후 1시52분에 개최됐다. 고려아연 측은 지연된 사유에 대해 “중복 위임장이 발견돼 주주에 일일이 연락해서 확인하는 과정이 진행됐다"고 밝혔다.(공동취재) 2025.1.23/뉴스1
영풍(000670)이 호주 자회사와의 ‘순환출자 고리’로 23일 고려아연(010130)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이 제한됐다.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25.42%를 쥐고 있어,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이에 MBK·영풍 측에선 “강도를 맞은 기분”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주주총회를 연기하자고 주장했고, 고려아연 측에서는 주총을 속행해야 한다고 맞섰다.
고려아연 측 관계자는 이날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임시주총에서 영풍의 상호주 의결권 제한 여부에 대해 “호주 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영풍의 보통주 10.33%를 취득, 영풍이 보유한 당사의 주식에 대해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고려아연의 호주 손자회사인 SMC는 임시주총 하루 전인 22일 영풍정밀과 최윤범 회장 및 일가족(최창규·최창근·최정운·유증근)으로부터 영풍 주식 19만226주(10.33%)를 575억 원에 장외 매수했다.
이번 지분 거래로 고려아연의 지배구조에는 ‘상호순환 출자 고리’가 생겨났다. 고려아연은 호주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선메탈홀딩스를 통해 SMC 100%를 지배하고 있다. SMC가 영풍 지분 10.33%를 확보하면서 고려아연 지분 25.42%를 보유하고 있는 영풍에 대한 지배력을 갖게 된다.
상법 제369조 3항에 따르면 두 회사가 10%를 초과해 서로의 지분을 갖고 있을 경우, 각 회사가 상대방 기업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되면 MBK·영풍의 고려아연 장악 시나리오가 꼬이게 된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 구도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34.24%, MBK·영풍 측 40.97%인데, 영풍(25.42%)의 의결권이 묶이면 지분 우세가 역전된다.
MBK·영풍 측에선 “강도를 맞은 기분”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주주총회를 연기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영풍 대리인은 “너무나 황당한 생각을 금할 수 없다”며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호주 회사가, 이유도 모른 채 한국 회사의 주식을 샀다”며 “의결권 제한을 받는 당사자에 대해선 일언반구 하나의 설명도 없었다”고 항의했다.
이어 “불법적으로 의결권을 제한했을 때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별론으로 해도 4조 원이 넘는 주식”이라며 “상법을 너무나 유린하는 것이고, 자본시장을 유린하는 것이다. 주총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른 영풍 대리인도 “나중에 문제가 될 사안에 대해 다시 주총을 하거나, 동일 안건으로 도돌이표 돌듯 분쟁 사항이 생기면 노고가 더 할 것”이라며 “다른 주주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주총을) 연기해서 적법한 절차를 갖춘 후 (주총을)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MBK 측 대리인 변호사는 고려아연의 영풍 의결권 제한 결정에 대해 “법정에 가서 명확한 책임을 묻겠다. (이사회가) 최윤범 회장의 편법을 받아들여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한 행위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고려아연 측 주주는 “임시주총을 연기하자는 의견에 반대한다. (주총을) 속행하길 바란다”면서 박기덕 의장에게 영풍 측 발언권을 제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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