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의 반감기에 또 가격 상승 기대… “이번엔 다를 것” 전망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20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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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기획] 네 번째 돌아오는 비트코인 ‘반감기’
비트코인 채굴 보상 절반으로 감소… 코인 생성 속도 늦춰 희소성 보장
역대 반감기 직후엔 항상 최고가… ‘반감기 후 강세’ 공식 깨질 수도
세 번의 학습효과로 가격에 선반영… 중동 위기 등 대외 변수도 관건
수익성 반 토막 나는 채굴업자들… 비트코인 대량 매도 가능성도

“완벽한 전자화폐 시스템(Electronic Cash System)은 온라인을 통해 일대일로 직접 전달할 수 있다. 이 과정에 금융기관은 필요하지 않다.”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알려진 비트코인 창시자는 2008년 11월 발표한 백서 첫 문장부터 전통 금융 시스템에 대한 반감을 나타냈다. 중앙집권화된 금융시스템을 통하지 않고 화폐 거래를 할 목적으로 비트코인을 개발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후 그는 2009년 1월 3일 블록체인에 최초로 생산한 비트코인 블록(제네시스 블록)에 런던타임스 1면에 실린 영국 재무장관의 은행 구제 금융 기사를 새겨 넣으면서 재차 전통 금융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비트코인이 만들어진 시점으로도 탄생 배경을 유추해볼 수 있다. 비트코인은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직후 생겼다. 금융기관들의 무분별한 대출로 부동산 시장에서 거대한 버블이 발생했다가 붕괴하면서 대출금을 상환할 수 없는 사람들이 쏟아지자 은행들은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미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는 파산을 선언했고, 달러 유동성 위기는 다른 나라 금융기관으로 퍼져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당시 달러 기축통화 체제와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무너진 상태였다. 이처럼 비트코인 탄생의 기저에는 중앙집권적 금융 시스템과 국가가 발행하는 법정통화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 비트코인 공급 줄여 희소성 보장

게티이미지코리아
게티이미지코리아
비트코인을 기존 법정통화와 차별화하기 위해 사토시가 심어놓은 장치들 중 하나가 바로 ‘반감기(halving)’다. 반감기란 채굴에 성공하는 블록체인 블록마다 지급되는 비트코인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현상을 뜻한다. 비트코인을 얻기 위해선 사토시가 만든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이 과정을 ‘채굴’이라고 부른다. 채굴을 위해선 고성능의 컴퓨터가 필수적이고, 전력도 대량으로 소모된다.

비트코인이 처음 유통되기 시작할 당시 채굴자가 한 블록을 채굴하면 받는 보상은 50비트코인(BTC)이었다. 이 보상은 21만 번째 블록이 채굴되면 반으로 줄어든다. 지금껏 이 시기가 약 4년에 한 번씩 돌아왔는데 반감기 주기가 4년으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2012년 11월 28일, 2016년 7월 9일, 2020년 5월 11일 등 과거 세 번의 반감기를 거치면서 채굴 보상은 50BTC에서 25BTC, 12.5BTC, 6.25BTC로 감소해 왔다.

사토시는 2008년부터 2140년까지 비트코인 발행량을 총 2100만 개로 제한해 놨다. 비트코인 공급량이 고정된 상황에서 반감기는 새로운 비트코인이 생성되는 속도를 늦춰 비트코인의 희소성을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궁극적으로 사토시는 비트코인을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오르는 ‘디플레이션 통화’로 만들고자 한 것이다. 김종환 블로코 대표는 “금, 석유 등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자원은 기본적으로 디플레이션 통화의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유일하게 그렇지 않은 물건이 정부가 무한으로 찍어낼 수 있는 법정통화”라며 “사토시는 갈수록 가치가 절하되는 법정통화로 우리 노동의 대가를 지불받는다는 점에 의문을 던진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 세 차례 반감기 직후 매번 사상 최고가 경신

과거 세 번의 반감기 때마다 비트코인 가격은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비트코인 공급이 줄면서 가격이 오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반감기를 계기로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 거란 기대 심리에 투자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반감기 직후 매번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 따르면 2012년 11월 28일 첫 반감기 때 비트코인 가격은 약 12달러였다. 6개월 뒤인 2013년 5월 28일 비트코인은 10배 이상인 130달러로 치솟았다. 두 번째 반감기였던 2016년 7월 9일 660달러였던 비트코인은 6개월 뒤인 2017년 1월 9일 900달러로 올랐다. 당시 반감기 전후 최저점(2015년 1월·164.01달러), 최고점(2017년 12월·2만74달러)을 비교하면 1068일간 1만2000%의 상승세를 보였다. 세 번째 반감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2020년 5월 11일 반감기 당일 비트코인은 약 8600달러였지만, 반년 뒤 약 100% 상승한 1만5700달러까지 뛰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매 반감기 이후 사상 최고가를 찍은 뒤 긴 하락의 시간을 거치기도 했다. 첫 반감기 때는 최고점을 찍은 뒤 87일간 가격이 약 80% 내렸다. 두 번째 반감기 때 역시 최고점 기록 후 51주 동안의 하락장을 버텨야 했다.

● 전 세계인이 알게 된 반감기 학습 효과

비트코인의 네 번째 반감기는 20일로 예상된다. 통상 호재로 여겨졌던 반감기를 두고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번에는 공급량 축소에 따른 가격 상승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시장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매크로(거시경제) 환경 등 대외 변수들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7일 기준 2100만 개 중 1960만여 개의 비트코인이 유통되고 있다. 이미 93% 이상이 발행된 가운데 신규 공급량이 6.25BTC에서 3.125BTC로 줄어봤자 가격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령 시장에 발행될 비트코인 수가 2000만 개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채굴 보상이 50BTC에서 25BTC로 줄어드는 것과는 반감기의 파급력이 다르다는 의미다.

게다가 세 번의 반감기를 거치며 시장 참여자들 대부분이 반감기에 대해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그 효과가 가격에 선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 니콜라오스 파니기르초글루 JP모건 분석가는 “비트코인 반감기 이벤트와 그 효과는 이미 예측 가능하다”며 “그 영향은 현재 비트코인 가격에 잘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반감기 효과가 가격에 선반영됐을 가능성은 커지고 반감기 자체가 주는 수급상 효과는 낮아진 대신 여러 경제적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굉장히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네 번째 반감기’

이번 반감기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등 가격 상승에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돼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반면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가상자산 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반감기를 약 5일 앞둔 15일 아시아 최초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 앞서 1월 10일 미국 당국이 현물 ETF를 승인한 이후 현재까지 약 590억 달러(약 81조7000억 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홍콩 현물 ETF를 통해선 최대 34조 원이 유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현물 ETF는 수요를 폭발시킨다는 점에서 반감기와 함께 가격 상승 촉발제로 꼽힌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최고경영자(CEO)는 “반감기로 공급이 줄어드는 반면, 현물 ETF로 기관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올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86% 증가해 5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한 달간 가상자산 시장 거래량은 눈에 띄게 늘었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더블록에 따르면 전 세계 가상자산 거래소의 지난달 거래량은 2조4800억 달러로 2월(1조1700억 달러)보다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국내 거래소 업비트만 해도 지난달 거래량이 2214억 달러로, 전달(813억 달러) 대비 약 3배로 늘었다.

반면 최근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가상자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것은 반감기 이후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란의 공습 가능성이 거론되며 6만6000달러대에 움직이던 비트코인은 공습 개시 소식에 7% 이상 급락하며 6만1000달러 선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중동지역의 불안은 유가와 환율 등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비트코인 가격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반감기 직전 비트코인 낙폭이 역대 반감기 직전 최저 낙폭이라는 점에서 향후 비트코인 조정 폭이 이전보다 크지 않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16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9시 기준 6만3441.96달러로 거래됐다. 이는 지난달 기록한 최고점(7만3079.37달러) 대비 약 13% 하락한 가격이다. 비트코인은 과거 반감기 직전마다 하락세를 나타냈는데 적게는 28%에서 최대 62%까지 떨어졌다. 이번 반감기 직전 하락 폭이 과거에 비해 작은 것에 대해 가상자산 애널리스트 렉트캐피털은 “(이번 비트코인의) 조정 폭이 이전 사이클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며 “(3월 중순 기준) 조정장이 최대 77일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감기 도래 이후 한 달여간 조정을 겪은 뒤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견해다.

● 채산성 떨어진 채굴업자 움직임도 변수

반감기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주체인 채굴업자의 포지션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에게는 반감기가 비트코인의 가치를 유지해주는 중요한 요소인 반면 채굴업자들에게는 채굴 보상이 하루아침에 절반으로 줄어드는 만큼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반감기로 비트코인 공급량이 줄어 가격이 오르면 채굴 경쟁이 심화되는데, 너도나도 더 좋은 성능의 컴퓨터로 채굴에 뛰어들어 시장이 과열되면 채굴 난도가 높아진다. 그 결과 채굴업자들의 채산성은 떨어지게 된다. 가상자산 채굴자 그룹 사이트 비티시닷컴에 따르면 세 번째 반감기 이후 현재까지 비트코인 채굴 난도는 6배가량 상승했다.

14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네 번째 반감기로 인해 채굴업자들이 100억 달러(약 13조8000억 원) 규모의 손실을 볼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게다가 이번 반감기의 경우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선 대형 인공지능(AI) 업체들과의 전력 확보 경쟁까지 겹쳐 채굴업체들의 생존이 더욱 어렵게 됐다.

그동안 채굴업자들은 전력 업체와 다년 계약을 맺고 고정된 값에 전력을 공급받아 왔다. 하지만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기업들이 전력시장에 몰려들면서 가격을 올리기 시작하면 채굴 비용 부담이 급증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채굴업체에 투자한 비트코인 오퍼튜니티 펀드의 공동 경영 파트너인 데이비드 폴리는 “AI 업계는 지난해 비트코인 업체들이 지불한 액수의 3∼4배를 기꺼이 지불할 의향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반감기를 기점으로 소규모 채굴업체들이 경쟁에서 밀려나거나, 사업 운영이 힘들어진 채굴업자들이 사업비 충당을 위해 비트코인을 대규모로 매도할 가능성 등도 거론된다. 가상자산 중심의 자산운용사 코인셰어스의 매슈 키멜 애널리스트는 “하룻밤 새 수익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각 채굴업체의 전략적 대응 방식에 따라 생존 여부가 극명하게 갈릴 것”이라며 “미래 채굴 수익에 대한 신뢰도가 낮으면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업체 크립토퀀트의 주앙 웨드송 분석가는 한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채굴업자들이 4월 반감기를 앞두고 최대한 수익을 내기 위해 비트코인을 현금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는 매도 압력 증가로 인한 가격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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